[팩트인뉴스=이지현 기자]제주 지역 한 특성화고교 현장실습 과정에서 발생한 고 이민호 군 사망 사건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경기 안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터져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안산 박 군 사건…업체 반박 “경찰 조사 중”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안산 단원경찰서는 안산 A특성화고 3학년 박모(18) 군이 이달 16일 오후 6시쯤 반월공단의 한 스티로폼 제조공장 4층 옥상에서 몸을 던져 머리와 팔, 다리 등에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군은 1층에 주차된 화물차 문에 부딪친 뒤 바닥에 떨어져 사망하진 않았으나 아주대병원 후송 뒤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등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군은 지난 7일부터 해당 공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해 왔으며, 투신 직전인 당일 오후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함께 일하던 선임에게 욕설을 심하게 듣고 난 뒤 자존심이 상해 말다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공장 관계자들은 ‘동생처럼 잘 대해줬다’는 취지의 진술로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제주의 한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이민호 군에 대한 추모 열기는 여전하다. 특히 이 군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그간 관심에서 멀었던 과거 사건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인천 지역 한 식품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교생이 육절기(고기 자르는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한 데 이어 올해 2월 울산 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은 전기 관련 업체서 근무하다가 역시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목포 소재 특성화고에서도 두 명의 학생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발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으며 올 1월엔 전주시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던 여학생이 과도한 업무 실적 압박에 못 이겨 ‘콜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표적으로 전국적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킨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김 군 사례도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김 군은 지난해 5월 특성화고에 다니다 현장실습을 나간 업체에 취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이 군 사건 계기…특성화고 현장실습 사안 ‘뜨거운 감자’


문제는 꾸준한 사회적 문제 제기에도 국가가 이를 소홀히 해왔다는 점이다.


특성화고에 대한 관리 주체인 교육부는 이들의 현황·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 최근에야 부랴부랴 실태 점검 계획을 밝혔고 고용노동부 역시 현장실습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평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경우 이 군이 사고로 병상에 있던 20일 ‘직업계고 학생 취업률이 50%를 넘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자축’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등으로 구성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부당한 현장실습 문제를 넘어 사회적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호소한 데 이어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이 군 추모 문화제에서 한 학생은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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