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붕괴사고, 누구의 책임?
현대백화점 가림막 붕괴는 또다시 95년 삼풍 백화점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백화점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는 늘 한국인에게 과거의 그 잊고 싶은 충격적인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누가 그 거대한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그때 깨달았을 것이다. 모든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이후 모든 백화점 업계 종사자들은 “우리 백화점에선 대형사고가 나지 말도록 철저히 대비하자”고 다짐 또 다짐을 했을 것이다. 백화점을 찾는 모든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에선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주차장에서 사고가 나고, 화장실에서 사고가 나고, 엘리베이터에서 사고가 나고, 심지어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나서는 안될’ 사고들이 발생한다.
도대체 이런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사고가 난 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둘째 문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백화점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만 관계자들이 신경을 쓰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들이 태반이다.
여기엔 놀라운 공통점도 있다. 백화점 측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고, 매장 직원의 책임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시설관리를 하는 하청업체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라는 앵무새와 같은 결론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백화점이 바라서 사고를 낸 게 아니라 백화점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고객은 그래서 불신을 갖지만 백화점은 언제나 그렇듯 인산인해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백화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안전사고’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오후 3시10분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리모델링 공사현장에 설치된 가림막이 갑자기 무너져 백화점 입구에 들어섰던 승용차 2대 위로 가림막 자재가 떨어져 지붕과 유리창이 손상됐다고 한다.
무너진 가림판에 깔린 승용차 운전자들은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행인 한 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으며 공사장 옆을 지나다 급히 대피했던 시민들은 백화점 측에 항의했다는 뉴스다.
‘아찔했던 위기에서 살아남은’ 시민들이 백화점 측을 향해 어떤 항의를 했을지는 안봐도 상황이 그려진다. 삼풍백화점 때도 그랬다. 죽음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시민들은 아직도 백화점 사고만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되돌이표처럼 경험한다.
누가 뭐래도 위험했던 상황이 맞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인명사고 가능성도 존재했다. 백화점이라는 것 자체가 백화점 안팎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오고 가는 장소라는 점에서 ‘사고 예방’과 ‘안전’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움직이는 공간을 향해 재앙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민을 향해 현대백화점 측이 ‘현대스럽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맞다. 결코 떨어져서는 안될 것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가림판이 무너져 내렸다는 사고는 그 어떤 공사현장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다.
엄청난 크기의 가림판이 무너져 내릴 때 사람들은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현장엔 없었지만 얼마나 놀랐을까.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라도 일어난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이 많았을 게 분명하다. 한치 앞도 안보일 만큼 먼지까지 자욱했으니 9.11 테러의 악몽을 떠올린 시민도 있었을 것이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지만 언론들은 “별다른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합창하듯 입을 모으고 있다. 강풍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애꿎은 ‘바람’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화점 측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뒷전이다.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먼저 다루는 것이 정상 아닌가. 백화점 사고는 늘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라고 치부하는 모습이다. 기우겠지만 재벌이 운영하는 백화점이어서일까.
백화점은 언제든지 사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다. 경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대백화점에서 이런 재래식 사고가 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이래서야 어디 백화점을 찾아 쇼핑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겠는가.
백화점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복구작업이 완료됐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점포별로 봄 상품 및 신학기 패션 상품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오늘의 악몽을 잊고 또다시 백화점을 기웃거릴 것이다.
이참에 백화점 측은 명품 시장만 공략하지 말고 안전 시장에도 공략하길 바란다. 그래야 진정한 명품 백화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