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쌍벌제 시행 전 43억원 ‘포섭’ 적발되니 ‘은폐’
CJ제일제당이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다.
2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병·의원 의사들을 상대로 법인 신용카드, 현금 등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며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CJ제일제당 등 국내 유명 제약업체 3곳과 부사장급 임원 등 해당 업체 임직원 18명을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해당 의사들은 약품 처방액에 따라 100만~1억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CJ제일제당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들은 제공된 법인카드로 고급시계 등 명품, 돌침대 등 가전제품, 해외여행비, 자녀학원비 등을 한도까지 사용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CJ제일제당의 의약품을 경쟁사 약품보다 최대 3배 이상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 중 수뢰금액이 300만원을 넘어선 의사 83명을 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형사처벌하고 나머지 의사들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에 행정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 명단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300만원 이상을 수수한 의사들의 경우 보건소 등 공무원 9명, 대형 종합병원 소속 61명, 개인병원 소속 1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이 밝힌 CJ제일제당의 리베이트 수법은 현금을 주는 기존 방식과는 사뭇 다른 변종된 수법의 리베이트였다.
CJ제일제당은 처방약 선정 권한이 있는 종합병원 과장급 이상의 의사들을 이른 바 ‘키 닥터(key doctor)’로 선정해 자사 약품 처방 규모에 따라 100만원부터 최대 1억원까지 한도를 조정해 제공했다.
신종 리베이트로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의사들은 1인당 평균 1600만원을 사용했으며 결제내역은 명품시계와 가방, 해외여행 등 고가제품부터 자녀 학원비, 이발비, 목욕탕 이용료, 김치 주문 등 생활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결제내역 등을 통해 거래일자를 알아본 결과, CJ제일제당 측이 관련 의사도 처벌받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 직전 6개월간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뿌려 총 43억원을 사용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인 같은해 11월부터는 주말에 카드를 빌려주고 주초에 다시 되받는 수법으로 약 2억여원을 제공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같은 수법은 ‘현금’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보다 안전해 ‘은밀한 뒷거래’를 가능케 했지만, 받는 이의 욕심으로 인해 그만 경찰에 꼬리가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의사들이 카드 결제 후 자기 명의로 돼 있는 포인트 카드에 마일리지를 적립하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로부터 추적을 당한 것.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CJ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쓴 만큼 되돌려줘야…최대 7배 처방
이렇게 CJ제일제당의 법인카드로 '물 쓰듯' 돈을 쓴 의사들은 그 대가로 경쟁사 약품보다 CJ제일제당의 약품을 최대 7배까지 처방했다. 의사들이 처방한 약품은 일반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는 감기약, 당뇨약 등이 포함돼 있었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불법영업 활동을 의심케 하는 사례가 적발돼 정치권과 업계의 의심을 산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16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신약(오리지널)보다 비싼 복제약(제네릭)의 처방량이 높은 것을 문제 삼고, 정부가 리베이트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최근 4년간 오리지널약보다 제네릭 의약품이 더 비싸게 처방된 약가역전 사례가 4건에 달했다”며 “제네릭은 성분이나 약효면에서 오리지널과 같기 때문에 오리지널보다 비싼 제네릭을 선호할 이유가 없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비싼데도 왜 많이 팔리는지 정부가 의심해봐야 한다”며 “CJ제일제당과 JW중외제약의 제네릭이 대한약품공업 오리지널보다 8% 정도 비싼데 많이 팔리고 있다”고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로 제네릭을 생산・판매하는 CJ제일제당이 뒤늦게 제약업에 뛰어들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품질 경쟁보다 리베이트 등 불법 영업 활동에 신경을 썼어야 됐던 게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84년, 40년 이상 장수기업들이 매출의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문을 두드린 CJ제일제당은 대기업의 강점을 살린 경영방식으로 국내 제약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오리지널보다 제네릭에 치중하며 대기업의 위용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함께 얻고 있다.
이번 리베이트 파문 또한, 이같은 시장의 평가에 뜻을 같이 해 CJ제일제당이 그간 제약업계에서 쌓아온 입지마저 흔들리게 할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CJ제일제당이 수사 도중 임직원을 동원해 리베이트 증거를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은 더욱 냉담한 반응으로 흐르고 있다.
“신원 정보 삭제하라” 은폐 시도?
CJ제일제당의 리베이트 수사 결과가 밝혀진 27일, 경찰은 또 CJ제일제당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영업담당 임직원들을 동원해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J는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의사에게 변호사를 붙여 감시와 변호 업무를 함께 맡겼다. 경찰로부터 금융정보 제공동의서 작성 등의 요청이 올 경우 협조하지 못하게끔 한 것.
이밖에도 CJ는 경찰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및 마일리지 적립 내역 확보를 방해하기 위해 해당 상점에서 의사들에 대한 신원정보 삭제와 포인트 내역 삭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CJ제일제당 측은 경찰의 수사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대가성을 보고 지급한 불법 리베이트가 아니다”며 “연구자문이나 시장조사 등을 위해 지급된 판촉비 개념”이라고 ‘리베이트’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조직적인 리베이트가 아닐뿐더러 (밝혀진 45억원 중) 전반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대가성을 보기 힘들다며 경찰 측에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최종 재판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 같다”며 기타 질문에 대해선 답을 아꼈다.
그는 다만, CJ제일제당이 수사를 방해하고 은폐했다는 경찰 측 발표에 대해선 “직원이 개인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보였는지 알 순 없지만,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시킨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