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없던 사이…하청업체 ‘죽이기?'

2013-03-08     이지현

최근 3년간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서 계사년 새해 ‘제2의 도약’을 꿈꿨던 금호석화가 7일 임직원 23명이 입건되면서 '형제의 난' 상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하청업체를 상대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하고 리베이트 대납을 요구했다는 것인데 금호석화측은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공백이 벌어졌을 당시 일어난 사안이기 때문에 사측도 사실상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팩트인뉴스>에서 집중취재했다.




박찬구 회장에게 2012년 12월 13일은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지난 3년간 금호석유화학의 손과 발을 묶었던 족쇄가 풀리며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 등 13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은행협의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금호석화와의 ‘채권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 종결을 최종 승인한다며 3년간의 구조조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향후 3년간 7094억원의 잔여채무 상환 조건이 남아있긴 하지만, 자사주 559만2528주에 걸린 담보를 해지함으로써 경영에 날개를 달 수 있게 됐다.


자유의 몸, 상처투성이


지난 3년간 금호석화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든 자율협약의 원인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불리는 2006년의 대우건설 인수 사건.


당시 금호석화가 계열사로 묶여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말 6조4258억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초대형 인수에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이듬해 발표한 재계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도약하는 등 인수 성과가 가시화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유동성 위기가 터지며 자금난이 회사의 목줄을 죄어오고 있었다.


특히 2008년 리먼사태 등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무구조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을 체결(2009~2010년)했다.


금호석화 역시 이 시기에 부채비율이 498%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내몰려 3년간의 자율협약에 도장을 찍었다.


그룹은 이렇게 급한 불을 꺼나갔지만, 이 과정에서 아물 수 없는 상처도 함께 얻었다.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내세운 ‘형제 공동경영’ 원칙에 따라 재벌가 사이에서 남다른 우애를 과시했던 금호가(家) 형제 사이에 불화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 5월, 3남 박삼구 회장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무리한 인수에 반기를 든 4남 박찬구 회장이 먼저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이면서 ‘금호석화’를 둘러싼 형제간 지분 매입이 ‘전쟁’으로 치달았다.


두 달 뒤엔 박삼구 회장이 이사회를 열고 급기야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시켰다. 박삼구 회장 역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렇듯 ‘형제의 난’으로 사퇴했던 박삼구・찬구 형제는 이듬해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미 그룹은 쪼개진 뒤였다.


시간이 흘러 2011년이 돼서야 형 삼구 회장이 금호석화에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하고 찬구 회장도 본사 이전 등으로 계열분리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재계를 시끄럽게 했던 ‘형제의 난’은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금호산업 등을 둘러싼 법정공방과 ‘금호’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양측의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두 형제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실제 박찬구 회장은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선 한쪽 귀를 닫고, 경영정상화에만 힘을 쏟았다.


2010년 3월 금호석화의 경영일선에 복귀한 박찬구 회장은 석유화학에 ‘올인’하는 전략을 세워 그해와 이듬해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회사의 부채비율을 189%까지 내리는 등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박 회장은 올해 1월 2일 열린 ‘2013 시무식’에서 “자율협약 졸업으로 독립경영의 시작을 알렸다”며 자율협약 졸업에 대한 회고와 함께 향후 금호석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고객, 지역사회와 동행(同行)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고객과의 파트너 정신, ▲지역사회 이바지, ▲창조적 혁신, ▲공동체 철학 등을 금호석화의 경영철학으로 꼽았다.


2월 16일에는 임직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며 ‘비전 2020(2020년 20개 품목 세계 1위, 매출 20조원)’을 위해 계사년 새해, 매출액 5조4000억과 영업이익 4200억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하지만 박 회장과 금호석화의 ‘장밋빛 미래’를 향한 도전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 또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형제의 난’ 당시 발생한 일이 박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실적’ 부풀리려다 ‘빵’ 터졌다


3월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금호석화가 하청업체들에게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하고 리베이트 대납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위반 혐의로 총 2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지모 상무 등 간부급 2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2009년 3월 창호 자재 개발․생산․시공을 목적으로 건자재사업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건설경기 불황과 그룹 내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며 적자의 폭만 늘려갔다.


이에 건자재사업부는 연간 목표 달성(330억)을 위해 실적을 허위로 부풀리기로 하고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리베이트 대납 등을 하청업체 측에 요구했다.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위해 사업부는 같은해 7월 하청 Y업체 등 3개 업체로부터 실제 창호 자재의 납품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공급가액 1억9000여만원 상당의 창호 원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허위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청 N업체에 공급가액 3억6000여만원 상당의 창호 자재를 공급한 것처럼 매출세금계산서를 꾸미는 등 2010년 2월까지 약 8개월간 12개 하청업체를 상대로 58회에 걸쳐 총 115억원 가량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했다.


경찰은 금호석화 측의 허위세금계산서가 자체 전산시스템을 통해 강제로 발행됐기에 하청업체는 어쩔 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하청업체의 채무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음을 지적했다.


경찰은 특히 실제 하청 I업체의 경우 대표 개인 사택이 가압류 상태로 경매진행중에 있고, K업체의 경우 부도까지 이르게 된 점을 강조하며 “대기업의 자사 실적을 위한 일방적인 횡포”라고 규정했다.


창호 공사 시공권의 대가로 하청업체에 리베이트를 대납한 점 또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조사 결과, 건자재사업부는 2009년 2월 노량진 공사와 관련해 I업체에 창호공사를 재하도급 해주는 조건으로 조합장 C씨에게 제공하기로 한 1억원의 리베이트를 I업체가 대납하게끔 했다. 이듬해 7월에도 거제 공사와 관련, 시행사 대표 K씨에게 공사대금의 8%(약 9억원)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창호공사를 수주하고, 그 중 선금 2억5000만원을 하도급 받는 Y업체(2억원), I업체(5000만원)등 2개 업체에서 제공토록 했다.


경찰은 이같은 방식으로 금호석화가 10여개 하청 업체에서 리베이트를 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사대는 금호석화가 계열사 금호산업에서 시공한 미분양아파트 5채를 하청업체 3곳에 끼워 팔거나 건자재 사업부 간부들이 하청업체들로 구성된 골프모임을 조직 후 매월 접대골프를 받아왔다는 점,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외제차량을 제공받은 점 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의 사건 브리핑에 금호석화 측은 즉각 공식입장을 내고 “경영권 공백(형제의 난)’ 당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사측도 사실상 피해자”라고 밝혔다.


"간부 독단적 행동, 2011년 내부감사로 문책 끝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인 2009년 7월에서 2010년 2월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시기이자 박삼구・찬구 회장간 경영권분쟁으로 박찬구 회장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기로 회사는 매우 어수선한 경영환경에 처해있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그 당시에는) 부적절한 거래가 표면적으로 감시되기 어려운 시기였다”며 “지난 2011년 협력업체 제보로 내부감사를 실시해 관련 담당자들을 전부 징계 조치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의 주장에 따르면, 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사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기옥 (전) 사장은 문제가 된 건자재사업부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기 전 사장은 대우건설 인수 등을 토대로 2012년까지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대우건설 매각과 건설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화려했던 신규사업은 ‘초라한’ 성적표만 가져왔다.


결국, ‘실적 압박’에 내몰린 해당사업부의 간부들이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선매출’을 발생시켜 불법 행위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금호석화는 “책임 사업부장의 지시와 단독적 판단에 의한 과실”이라며 회사에서 이번 일을 지시했다는 의혹에대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특히 경찰에서 제시한 관련 사례에 대해 “▲선매출일뿐, 가공거래는 없었다, ▲회사 차원서 리베이트 강요는 사실무근이다, ▲하청업체의 부도 등은 금호석화 거래와 관계가 없다”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은 금호석화측의 주장과는 전혀 상반되는 입장을 폈다.


경찰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 괴롭히기가 극에 달했던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의 최대 과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금호석화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채권단의 굴레를 벗어난 금호석화가 ‘경제민주화’의 굴레에 다시 갇히게 된 셈이다.


‘형제의 난’으로 실추된 이미지가 회복되기도 전, 하청업체를 괴롭히는 악랄한 대기업이란 악명까지 덧씌워지는 것은 아닐까. 금호석화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