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광폭행보, '차기 황제' 천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외활동이 지난해와 다르게 뜸한 사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대표 얼굴’로 활동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차기 삼성의 대표가 이 부회장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영접 ‘파격행보’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직접 그를 영접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박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전날 밤 급히 전용기를 타고 중국 시안으로 날아갔다. 그가 중·미·일 등 해외순방을 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실상 대통령의 기업 방문 시 그룹의 총수가 영접한다는 관행에 비쳐봤을 때 이 부회장의 이번 안내는 파격적인 행보로 비쳐졌다. 더욱이 이건희 회장이 고령의 나이로 박 대통령을 접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업계에선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의 대표로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차기 총수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대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보도되면 이 부회장을 확실히 각인 시킬 수 있다”는 삼성의 전략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중국의 고위급 정계인사들을 만나 삼성의 사업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중국서 만나기 1주일 전인 지난 6월21일 베이징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중국 최고의 여성지도자로 꼽히는 류옌둥(延東) 부총리와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중국의 최고지도자(현재 기준)인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국무원 총리, 왕치산 정치국 상무위원 등과 만난 바 있어 중국 내 입지강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난 4월6일부터 8일까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아시아권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미국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디지털 경제 장관 등 해외 정상급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가지며 글로벌 경영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IT업계 거물급과 잇단 만남
이 부회장의 ‘2013 대외활동’에는 세계 각국 재계인사와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상반기에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굵직굵직한 IT업계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사업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6월18일에는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만났으며, 4월26일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와 2시간여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래리 페이지와 어깨동무를 한 채로 나오는 등의 자세를 취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래리 페이지와 만나기 5일 전엔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도 3시간가량의 회동을 갖고 양사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방한한 IT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박 대통령과의 만남 다음에 이 부회장을 찾은 터라 일각에선 ‘정계에선 대통령,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한국경제의 ‘대표 얼굴’됐다는 섣부른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사실상 지난해 12월5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전만 해도 국내·외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하는 자리에는 이건희 회장이 자리했다. 이 부회장(당시 사장)은 이 회장과 동석하는 선에서 그치는 등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만 이 부회장이 IT업계, 정계의 고위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삼성이 ‘포스트(POST) 이건희’ 시대를 공표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부회장’ 역할이 크다보니 대외활동이 활발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예전부터 활발하게 활동해왔지만,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