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직원 관리 '구멍' 뚫렸나?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중근)의 직원 관리에 비난이 날아들고 있다.
지난달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산하 광주적십자사청소년수련원에서 1억원대 횡령사건으로 관련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은 광주적십자수련원 원장 등 일부 직원들이 4년여에 걸쳐 수련원 대관수입 중 1억4000여만원을 횡령,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적십자사는 14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지사별로 수련원 및 적십자교육원을 운영 중인데, 이 중 한 곳에서 공금 횡령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1억원대 공금 비리
류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지난 7월 15일 지사들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광주적십자수련원 대관료 횡령 사실을 적발한 후 7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광주적십자사수련원 김모 전 원장과 박모 현 원장 등은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련원 시설 대관료를 현금이나 별도의 개인 계좌로 받는 수법을 동원, 총 50여차례에 걸쳐 8500만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련원 대관 수입 4600만원을 유용하고 납품업체로부터 650만원을 받았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적십자 측은 김 전 원장을 형사고발하고 박 원장은 중징계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적십자사는 사과문을 통해 “자체 내부 감사를 통해 광주적십자 회관에서 대관료 횡령 및 유용 사실을 적발해냈다”며 “투명성, 윤리성,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대한적십자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 “적발된 직원들에 대해 형사고발 및 횡령액을 전액환수 조치하고 관리자에 대해서도 중징계 처분을 조치했다”며 “향후 전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는 물론 회계 업무 관리 강화, 회계특별점검, 전사적인 청렴교육 등 조직혁신을 통해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직원 ‘자살’
그런데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공금 횡령에서 끝나지 않았다. 적십자 측이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도중 이번 횡령사건에 연루된 광주적십자사수련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7월 15일 종합감사에서 대관료 횡령사실을 처음 적발해내고 7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가조사를, 9월 15일부터 9월 19일까지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자살한 직원은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류 의원은 “적십자사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느 기관보다도 청렴이 강조되는 곳인데 1억원이 넘는 돈이 횡령 및 유용됐다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며 “종합감사를 통해 밝혀진 광주·전남지사 외에 유사한 임대운영을 하고 있는 부산·경남지사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감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류 의원은 “2010년 정기감사 당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졌다면 이 같은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복지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추가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품권 빼돌리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직원 비리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억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직원들이 수년간 헌혈자들에게 제공돼야할 상품권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적십자 직원들이 수년간 임의로 문화상품권을 기증받거나 내부 프로그램을 조작을 통해 상품권을 빼돌려 사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상품권은 원래 헌혈자들에게 제공돼야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마음대로 이를 사용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념품 관리 실태 및 직원 기강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적십자사 헌혈의 집 직원들이 수년간 임의로 문화상품권을 기증하거나 내부 프로그램을 조작해 상품권을 빼돌려 사적으로 이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적십자의 기념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적십자사 특별감사에서 서울대역·신촌 등의 혈액센터 직원들이 2010년 6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 헌혈자들을 위한 74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1400여매와 문구세트 등을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적십자 관계자는 “먼저 국민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서 “현재 공금 횡령으로 적발된 관계자 2명은 정직, 해임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 상태이며 향후 철저한 감사 및 회계 부문 감독 강화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기강 ‘의문’
김 의원에 따르면 헌혈의 집 직원 장모씨, 김모씨, 박모씨 등 3명은 임의로 ‘헌혈자기념품 기부제도’를 만들어 헌혈자로부터 문화상품권을 기부 받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면서도, 헌혈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조작했다.
또 햄버거교환권 및 영화관람권을 지급했으면서 문화상품권을 지급한 것으로 내부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조작, 상품권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도 적발됐다.
당시 직원들이 각종 비리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음에도 “적십자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적십자가가 직원들의 비위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사기도 했다.
실제 적십자는 지난해 6월 특별감사를 통해 직원 비위 사실을 적발했으나, 대통령표창을 받은 점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장모씨에게는 정직 3월, 다른 2명에는 정직 1월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려 자사 직원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헌혈기념품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것인 만큼 적십자는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직원들이 수년간 상품권을 빼돌리고 있는데도 눈뜬 장님행세를 하고 있던 것은 적십자 직원들의 기강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적십자가 향후 어떤 노력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특히 ‘공익’이라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