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반대, 법안 내용을 몰라
정부 "의료 접근성 높이기 위한 것" 주장..귀 닫은 사람들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법안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IT(정보기술) 기기를 통한 원거리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병원이 호텔 등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정부가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 야권이 이들 법안을 ‘의료민영화를 위한 예비 단계’로 규정하자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 ‘의료민영화’ 논란이 촉발됐다.
최근 정부는 만성질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IT기기를 통해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의 주된 내용은 ‘당뇨 등 질환에 대한 확진을 받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 등 단순검사만 받으면 되는 환자나 노약자, 거동불편자, 경증질환자 등에 국한해 병원으로 매번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없애도록 IT기기를 활용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원격 진료에 대해 의협은 예전부터 반발해왔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날림 진료를 남발하여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훼손할 것”이라며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동네 의원들이 고사(枯死)해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가 붕괴되는 의료 대재앙이 온다”고 주장했다. 15일, 의협은 여의도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 시위에서 의협 비대위는 원격의료와 함께 다른 정부 추진안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대해서도도 싸잡아 비난했다.
해당 법은 의료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호텔을 운영함으로써, 최근 급증하는 중국·일본인 의료 관광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미국의 UCLA 대학 병원등을 벤치마킹 한 것.
그러나 의협은 “의료기관이 진료가 아닌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라는 기형적인 제도”라며 “자본이 자회사를 통해 새 나갈 것이며 진료가 아닌 영리 위주의 병원이 돼 본말전도가 일어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전초전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민영화’란 전 국민이 가입된 국민건강보험 진료 체계외의 환경에서 진료가 이뤄지는 것으로 정부가 제안한 두 법은 건강보험진료 체계를 전혀 건드리지 않는 법안이므로 의료민영화라는 말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단 하루만에 ‘의료민영화’라는 단어에 격분한 네티즌 5만명이 몰렸다.
이에 청와대는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 1차 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며, 의료 취약지나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 귀를 닫은 상태다.
‘의료민영화’라는 단어와 그 관련 공포를 조장하는 내용의 만화·영상물 등이 제작돼 네티즌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에서 “의료 민영화? 가난한 사람 다 죽으라고?”, “의료민영화하면 맹장수술비가 900만원”, “의료민영화? 미국처럼 되는 것 아냐” 등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며 법안과는 무관한 걱정과 분노에 휩싸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