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로 대두된 치매환자‥예고된 이특 사태
우리 정책입안자들, 인간에 대한 배려 없는 듯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삶도 덩달아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겹게 살아가거나 가족끼리 불화를 겪는 일도 나타난다. 심지어 살인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 요양 시설을 확충하고 환자 가족을 돌보는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자택에서 그룹 ‘슈퍼주니어’ 이특(31·본명 박정수)의 아버지(57)와 조부(84), 조모(7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특의 아버지는 15년 이상 부모를 극진히 모셨다. 그러나 최근 부모가 치매를 앓기 시작했고 자신도 우울증에 걸려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특의 아버지가 쓴 것으로 추측되는 유서를 보면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간다’고 적혀 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박 씨가 부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는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을 뿐만 아니라 부부의 연도 끊어 버린다.
2012년 10월1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거실에서 이모(79)씨는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 조모(당시 73세)씨가 자신에게 폭언을 하며 욕설을 하자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 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오랫동안 정성껏 보살폈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악화되면서 가족들에게 폭언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이 씨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가족 모두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 씨는 폭언하는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을 참작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환자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이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치매환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치매 환자는 57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 8만5000여명이던 치매 환자가 7년 사이 680% 증가한 것이다.
2009년 44만5000여명이던 치매 환자는 2010년 56만9000여명, 2011년 50만4000여명, 2012년 53만4000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2년 전국치매유병률조사에 따르면 2024년의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와 관련해 연간 진료비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급증하게 되면 건강보험 진료비 또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7월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제2차 국가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공립요양병원 등 70곳을 치매 거점병원으로 지정하고, 정신이나 행동에 이상이 있는 치매 환자를 위한 시범운영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립치매시설은 2013년 11월 기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치매 관련 인프라는 지방재정에 따라 편차가 크다. 경기도가 노인 인구 비율 8.9%에 치매 관리비 예산이 44억인 것에 반해 강원도는 노인 인구 비율 15.5%로 가장 높지만 예산은 8억5000만 원에 불과했다. 제주도 역시 노인 인구가 전체의 12.8%를 차지하는데도 예산은 3억7000여만 원에 그쳤다.
서울시는 치매 인정환자 6만7000여명 가운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상 건강보험공단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4급 이상의 치매 노인이 절반에 가까운 15만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 제도 상 치매 환자를 요양 시설에 맡기는 경우 전체 비용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한 달에 50만~60만원에 달한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재가(在家)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도 요양보호사로부터 한 달에 15여일, 하루 2~4시간 정도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전체 비용의 15%는 가족의 몫이다.
요양보호사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1900시간 이상 교육을 받고, 독일은 2년6개월 이상 교육을 받아야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40시간 정도만 교육 받으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해 인적 자질이 무척 떨어진다.
해외의 경우 치매 가족을 정기적으로 상담해주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시피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을 돌보는 기본적인 요양 시설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이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국가적 차원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가족들이 처음에는 치매 노인을 돌보려 애를 쓰다가 경제상황이 계속해서 안 좋아져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현재 0.5% 미만인 장기요양보험요율을 1%까지 올려 재정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 요건을 더 엄격히 하고, 이미 자격증을 딴 사람들의 재교육도 필요하다”며 “정신적 고통을 받는 치매 환자 가족을 상담해주는 제도 등 가족을 고려하는 제도도 정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이 인간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 같다. 경제 활성화도 좋지만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