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임대 입찰 논란 "세계2위 기업이 중소기업?"

외국계 대기업 듀프리, 소규모 자본금의 국내 관계사 통해 운영권을 따내 '논란'

2014-01-24     박길재

부산 김해공항 면세점 임대 입찰에서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 듀프리(Dufry)가 운영자로 선정돼 논란을 일으켰다. 외국계 대기업인 듀프리가 소규모 자본금의 국내 관계사를 통해 운영권을 따내 정부의 동반 성장 정책에 따라 국내 중소·중견기업에만 입찰 가능 한 것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김해공항 국제선 DF2구역 면세점 임대 입찰에서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최고 임차료를 제시해 5년 계약 기간의 운영자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는 지난 8월 초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유한회사로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스페인 국적의 사비에르 로시뇰은 듀프리 본사의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다.


DF2구역은 주류·담배·잡화 등의 면세품을 파는 곤간으로 전체 면세점의 40%(434㎡)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기업 입찰이 가능한 DF1구역(화장품·향수 등 판매)과 별도로 입찰이 진행됐다. 지난 7월부터 입찰이 시작됐지만, 최저 입찰가가 너무 높아 4차례나 입찰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의 국내 관계사가 면세점 운영권을 따는 일이 생겼다.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는 '대기업 입찰을 막아 사실상 외국 대기업만 좋은 일 시켜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듀프리는 영국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 2012년 글로벌 면세점에서 26억1200만유로(약 3조8000억원)의 매출을 높여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인 롯데면세점(4위), 신라면세점(8위)보다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에 중견기업을 세운 뒤 이 회사를 이용해 사업권을 받아내는 것은 듀프리 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등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2단계 구역 구내식당 위탁업체를 선정할 때도 대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세계 3위 급식업체인 미국계 회사 ‘아라코’가 뽑혔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중견기업 인증을 받은 곳으로, 입찰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으나 국내 대기업은 입찰 제한으로 인한 역차별 논란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