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안돼”...쿠팡의 과감한 NYSE 도전

최대자금‧테슬라요건‧차등의결권, 삼박자 코로나 타고 재무구조 개선…지금이 적기

2021-02-18     김성아

나스닥 상장이 확실시되던 쿠팡의 과감한 뉴욕증권거래소(NYSE)행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주식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쿠팡은 왜 나스닥을 버리고 NYSE로 갔을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르면 내달 공모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 12일 NYSE에 기업공개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내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 쿠팡이 왜 코스닥을 제쳐두고 미국행을 결정하고 당초 언급되던 나스닥이 아닌 NYSE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자연스러운 행보다. 쿠팡 본사 ‘쿠팡 LCC’는 미국 델러웨이에 적을 둔 미국 회사다. 한국에서 매출을 내고 있지만 이 쿠팡 LCC 법인이 한국에서 운영 중인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구조다. 김범석 의장을 포함한 다수의 경영진도 미국 국적임으로 업계는 쿠팡의 미국행이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나스닥이 아닌 NYSE일까.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 꼽히는 것은 NYSE가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라는 점이다. 즉 나스닥 상장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나스닥 상장설 당시 33조원 정도였지만 NYSE행을 결정하자 55조 4000억원까지 평가되기도 했다.

‘테슬라요건’으로 불리는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상장’제도 또한 NYSE행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도는 적자 기업에게도 미래 가치를 판단해 예외적으로 상장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NYSE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거래소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오히려 NYSE는 나스닥 등에 비해 성장가능성보다 재무구조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져 상장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쿠팡은 현재 코로나19를 타고 재무상태를 크게 개선했다. 여전히 누적 적자는 4조원이지만 매출은 약 13조원으로 전년대비 2배 높아졌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18.3% 줄어든 6000억원 정도다. 이러한 성과로 재무구조에 자신감을 가진 쿠팡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용이한 NYSE행을 선택한 것은 합리적인 행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차등의결권’ 또한 쿠팡이 나스닥이 아닌 NYSE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NYSE는 차등의결권을 기준으로 주식을 클래스A와 클래스B로 나눈다. 클래스B는 1주당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에 해당하는 주식이다. 소량의 주식으로도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쿠팡과 같은 벤처기업들에게 요긴하다. 지분구조가 탄탄하게 잡힌 일반 대기업과 달리 벤처기업은 대규모 투자 등으로 인해 창업주 또는 경영진의 지분구조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IPO(기업공개)에 도전할 경우, 원하는 만큼의 자본을 조달하더라도 대규모 투자자나 이사회 등에 경영권을 뺏기거나 행사를 방해받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쿠팡은 자금조달을 위한 클래스A 주식과 김 의장 등 경영진들에게 돌아갈 클래스B 주식을 나눠 이러한 양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외신을 비롯한 IB업계와 동종업계는 쿠팡의 상장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 드러난 쿠팡의 저력과 다양한 신사업 도전까지 상장 요건에서 크게 어긋나는 점이 없기 때문이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쿠팡은 최근 실적 추이에 대한 자신감 또 명확한 수익모델 등을 바탕으로 상장 통과는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상장에 혹시라도 실패하게 된다면 쿠팡의 상황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현재 누적 적자 4조원, 2018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투자 이후 투자 이력 전무로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또 지금까지의 재무 구조 개선 추이는 독보적이지만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굉장히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에 이렇게 속도를 내는 이유는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쿠팡플레이 등 진행하는 신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라며 “지금이 아니면 또 이만한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쿠팡에 있어 이번 상장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