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오르는 반도체 가격...삼성-SK하이닉스 '초격차'로 달린다
서버ㆍPC, 콘솔 등 비대면 수요에 D램 수요 ↑ 5개월째 현물가 상승세, 고정가격에도 곧 반영될 듯 트렌드포스, 올해 D램 가격 40% 가까이 증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초호황기인 ‘슈퍼사이클’에 돌입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고,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2일 대만의 반도체 가격 조사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PC용 D램의 현물 가격은 4.20 달러를 찍었다. 전일 대비 1.21% 증가한 셈이다.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보면 51.6%나 오른 가격이다. D램 현물가격이 4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통상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진 D램 현물가격은 전체 거래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다만, 현물가가 기업 간 거래 위주로 구성된 D램 고정가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현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곧 D램 전체의 수요 증가와 가격 증대를 뜻한다.
D램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큰 규모로는 기업의 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센터에, 작게는 PC나 게임 콘솔기기에 탑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대면 수요에 따라 D램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시설과 기술력을 갖추며 수요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했다. PIM(Processing-in-Memory)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신개념 융합기술이다.
17일 삼성전자는 PIM 기술을 활용해, 슈퍼컴퓨터(HPC)와 AI 등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HBM2 아쿠아볼트에 인공지능 엔진을 탑재한 HBM-PIM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통상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만 쓰이지만, 이 제품엔 AI 엔진이 탑재돼 자체 연산도 일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HBM2 아쿠아볼드는 슈퍼컴퓨터(HPC)와 AI 전용 솔루션 등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D램으로, 풀HD 영화(5GB) 61편 분량인 307GB의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정도로 세계 최대 전송량이 가능하다. 또한 AI 엔진을 탑재해 CPU와 메모리간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AI 가속기(AI를 실행하기 위한 전용 하드웨어)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박광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상품기획팀장 전무는 “HBM-PI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업계최초의 인공지능 맞춤형 PIM 솔루션으로 삼성전자는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PIM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일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M16팹의 준공식을 열고 본격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공정 시대를 선언했다.
24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어 EUV 스캐너 기계장치 구입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조 7549억원을 투자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세계 유일 EUV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다. EUV 장비 1대당 가격은 평균 20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해,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이번 투자를 통해 10~20대의 EUV 장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을 위한 EUV 장비 확보 차원이다”라며 “총 5년에 걸쳐 EUV 장비를 취득할 예정이며 개별 장비의 취득시마다 분할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V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에 활용된다. 기존 공정보다 회로를 훨씬 얇고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EUV 장비를 반입한 M16팹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생산 시설을 갖춘다. SK하이닉스는 EUV 공정을 통해 4세대 10나노급 D램 상용화에 힘을 쓰고 있다. 또한 이미 차세대 공정인 5세대 10나노급 D램 생산 계획도 나온 상황이다.
한편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통상 2분기에는 서버 출하량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D램 가격은 1분기 대비 약 10~15% 오르고, 일부 거래는 최대 2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서버 D램 출하량은 3분기까지 높은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 한해 서버 D램 가격이 40% 이상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