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 ‘외부 수혈이 살 길’

티맵, 우버와 합작법인…카카오, 구글과 동맹 MaaS 시장, 2030년 1700조…탈카카오 안간힘 경쟁적으로 자금 및 기술 수혈…서비스 다각화 추진

2021-04-02     변윤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블루 (사진=카카오모빌리티)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판이 커진다. 향후 1조 이상으로 늘어날 시장 주도권을 놓고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외부 기술과 자금을 수혈하며 격차 벌리기에 나선 가운데, 우티가 본격적인 추격의 채비를 마쳤다. 

우버·티맵 연합에 카카오·구글 ‘동맹’ 선언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우티가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서 고배를 마셨던 우버와 모빌리티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사 합작한 법인이다. 

우티의 최고경영자(CEO)는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 출신의 오명훈 총괄이 맡는다. 화이트 CEO는 2015년 우버에 입사해 호주, 베트남, 일본, 한국 등에서 사업을 맡아 우버의 성장을 이끌었다. 오 CFO는 2001년 SK그룹에 몸을 담은 뒤 SK텔레콤, SK홀딩스에서 기업설명회(IR)와 글로벌 M&A 등을 수행한 재무 전문가다. 

화이트 CEO는 “우버의 탁월한 기술력과 글로벌 전문성이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드라이버, 뛰어난 맵핑 서비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우티는 국내에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와 혁신을 승객과 드라이버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고 밝혔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는 우티를 ‘게임체인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우티는 국내 1위 내비게이션업체인 티맵과 세계 9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우버의 경험을 접목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중순 우버 택시와 티맵택시를 통합, 새로운 서비스와 브랜드를 선보이고, 가맹택시와 택시 호출 서비스를 강화해 입지를 다지면서 자율주행, 차량공유, 대리운전, 주차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카카오모빌리티도 ‘동맹’을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인터내셔널에 5000만달러(약 56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전략적 투자 유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구글과 장기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키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역량있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 서비스 실현을 돕는 허브 역할도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만큼 양사의 관계는 투자자를 넘어 동반자가 될 전망이다. 특정 사업에 국한되는 일회성 협력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카카오T 앱에 구글의 서비스를 적용해 사용자경험(UX) 강화와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나아가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 및 사물인터넷(IoT) 관련 협력, 구글 서비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시너지 방안 모색, 다양한 OS(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관련 협력 등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고도화와 신규 사업을 함께 발굴한다. 

커지는 MaaS 시장…외부 수혈로 경쟁력 강화 

티맵모빌리티  내비게이션 서비스 이미지 (사진=SK텔레콤)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는 궁극적으로 MaaS(Mobility as a Service·서비스형 모빌리티) 구현을 목표로 한다. 

MaaS는 택시는 물론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항공기, 철도, 버스 등 모든 이동수단을 앱을 통해 이용하는 통합 교통 시스템이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을 통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모든 교통수단을 통틀어 최적의 경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집 앞으로 택시나 공유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부를 수도 있다. 명절 때, 새로 고침을 하며 예매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유경제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 IoT 등 ICT 기술 발전과 맞물려 MaaS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MaaS 시장이 연평균 25%씩 성장, 2030년에는 17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2025년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동의 편의성에 더해 교통문제와 공해, 자원 효율화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MaaS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MaaS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국내에서도 MaaS의 시장성이 확인된 만큼,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로선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 체제지만 우티의 출범으로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1만6000대까지 가맹택시를 늘렸다.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 회원도 23만명에 달한다. 키키오T 앱 이용자는 2800만명이나 된다. 덕분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점유율 80%, 기업가치 3조4200억원에 이르는 사업자로 성장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 체제가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경쟁력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부가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택시기사용 9만9000원의 프로 멤버십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 카카오T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에게 일정 금약의 수수료를 내는 업무 제휴를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판이 커질수록 카카오모빌리티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에 후발주자들도 독자 노선을 모색 중이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우티의 도전은 가열차다. 

우버의 가맹택시는 3월 기준으로 1200여대 가량. 카카오모빌리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우티 출범을 계기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티맵은 국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1위로 월간 사용자 수가 1300만명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도 75%에 이른다. 우버는 전세계 도시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초 자산인 데이터의 축적 측면에서 우티는 카카오모빌리티 못지 않은 경쟁력을 지닌 셈이다. 더욱이 5G, 자율주행 등에서 기술을 확보한 SK텔레콤이라는 뒷배도 있다. 이미 우티는 티맵모빌리티로부터 티맵 지도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했다. 

우티는 향후 서비스 확장을 위한 실탄도 마련해 둔 상태다. 우티는 우버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는다. 운영 주체인 티맵모빌리티에도 외부 수혈이 이뤄졌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별도로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SK텔레콤도 티맵모빌리티에 지난 2월 733억원을 투자, 총 2287억원을 출자한다. 최근엔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4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승기를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 시작되자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 2월에도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 2200억원)를 유치한 데 이어 구글로부터 5000만달러(약 565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MaaS 구축을 위해서는 쩐 이상의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 우버와 구글과 손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티맵 모빌리티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등과 관련해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고, 구글의 OS를 활용해 신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렌터카, 차량관리, 반려동물 택시, 기차, 자율주행, 주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데, 무인택시 등으로 영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우티도 SK텔레콤의 구독서비스와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도 MaaS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쩐의 경쟁’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ICT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IT업계와의 협력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