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2년만에 종결…'윈윈전략' 통했다

'현금+로열티' 2조원 합의...10년 국내외 모든 쟁송 종식 SK, 미국 내 사업 영위 파란불...2조원 합의금은 과제 LG, 글로벌 시장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 가속화 바이든, 일자리 지키고 지재권·기후변화 까지 챙겨

2021-04-12     김민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일지 (제작=스페셜경제/자료=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게 된다. 양사는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고,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2019년 4월부터 2년을 끌어온 양사의 모든 분쟁은 마무리 됐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까지도 원색적인 표현의 반박 자료를 연일 내놓으며 합의 도출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왔다. 합의금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대, SK이노베이션 1조원대를 고수했다. 국내외에선 사실상 합의는 물건너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에 더욱 주목한 상태였다.

그러나 양사는 전세계의 예상을 뒤집고 분쟁을 타결했다. 개화기를 맞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비효율적인 출혈을 줄이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공동 합의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게 됐지만, 미국 내 사업을 지속 영위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일선 KTB증권 연구원은 “현금 1조원은 단기간에 분납하고 로열티는 장기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 유력할 전망”이라며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미국 1공장이 시험 가동 중이므로 로열티 지급을 위한 매출액은 글로벌 배터리 매출액 대상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거양득’…LG-SK-바이든 모두 웃었다

이번 LG엔솔과 SK이노의 합의를 두고, 양사는 물론 미국까지 3자 모두 ‘윈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엔솔-SK이노가 전격 합의에 이른 것은 분쟁이 지속될 시, 양사 모두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는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세계 최대 배터리 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 영위가 불투명 해지고, 26억 달러(한화 2조9000억원)를 투자한 조지아주 공장이 무용지물이 될 판국이었다.

LG 역시 SK의 ITC 소송 항소, 손배소 등으로 인한 경영리스크가 우려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산되면, 미국 시장 철수와 함께 ITC 소송 항소, 미 델라웨어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2년 여간의 소송전으로 인해 막대한 이미지 타격과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했기에, 더 이상의 분쟁은 득보단 실이 크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합의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SK의 미국 내 친환경차 배터리 사업이 철수될 경우, 미국 내 일자리 상당수가 날아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친환경 정책에도 차질이 생긴다. SK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과 포드 등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SK는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ITC결정이 확정될 경우, 조지아주 생산설비를 헝가리로 옮기겠다며 미 정치권을 압박해왔다. SK의 조지아공장은 미국 내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데다 약 2600여 개의 고수익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돼, 조지아주 정치권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바이든은 그간 지식재산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해 왔기에 미 정부는 국내외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보단, 막판 중재에 총력을 기울여 양사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