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기는 하는데...' 이베이 인수전에 입맛만 다시는 인수자들
이베이코리아, 20년간 이커머스 노하우 축적…300만명 충성고객 확보 인수 시 이커머스 3위로 부상…높은 몸값·기존 사업과 시너지로 고민
온라인 커머스부터 오프라인 유통기업까지 경쟁을 벌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적격예비인수후보에게 본입찰 일정을 내달 14일로 확정 통보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들 후보자들로부터 최종 인수가를 제시받은 뒤 입찰가격, 비가격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19일(현지시각) 이베이 미국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부터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몰 관련 영업을 해왔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온라인 쇼핑의 역사가 녹아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업계 중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거래액 기준 3위, 점유율 12% 해당한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순 계산으로 1위인 네이버(27조원, 18.6%)와 2위인 쿠팡(22조원, 13.7%)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물론 최근 제자리걸음인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코로나 특수로 쿠팡, 네이버 등이 30% 이상 매출이 성장할 때 이베이코리아는 12% 늘어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베이코리아의 매력은 여전하다. 일단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유료회원제인 스마일클럽의 경우, 지난해 기준 300만명을 넘어설 정도다.
이에 지난달 16일 완료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엔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롯데를 비롯해 사모펀드 MBK(홈플러스 대주주), SK텔레콤의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 등이 참가했다.
이 중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인 곳은 롯데와 신세계다. 두 기업은 5조원이라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 인수 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놓고 손익 계산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통·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다. 지난해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내놓으며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전년 대비 매출은 512억원 줄어든 1379억원에 그쳤고, 영업 적자는 948억원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롯데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온 사용 편의성을 높였고, 기존 마트와 물류망을 활용한 릴레이 배송을 도입했다. 다양한 이커머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중고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한 것도 이커머스 영역 확대의 일환이었다.
다만 노력 대비 성과는 요원한 상황.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롯데에겐 체질 개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의 영향력과 별개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커머스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춘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아 체질 개선 속도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3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뒤의 넥스트 스텝(Next Step)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베이와 롯데온의 시너지를 제시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약 5조원을 투자해 롯데온을 구축한 상황에서 1년 만에 추가로 5조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사의 온라인 몰인 SSG닷컴(쓱닷컴)을 오픈 마켓으로 키우려는 신세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SSG닷컴은 지난해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53.3% 증가, 1조2941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이었던 이마트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SSG닷컴은 차기 성장 동력이 되기 충분했다. 지난 2019년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1년(지난달)만에 연매출 22조33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고작 1.1%에 불과했다. 2013년 영업이익률 7.1%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한 결과다.
그러나 SSG닷컴은 존재감을 좀처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매출 성장세와 달리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2%(약 3조9000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강희석 이마트 대표도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최근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온라인을 강화 중이다. 3월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보폭을 넓혔고, 지난 1일에는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숍 W컨셉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면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명품을, 이마트에서 장보기 상품을,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오픈마켓 사업자를 수혈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인건비와 매장 운영 등 고정비용 지출이 큰 이마트가 선뜻 5조원에 달하는 인수가를 지불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다른 인수 후보군인 11번가와 MBK도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6.2%를 차지하고 있는 11번가는 비슷한 수준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업계 2위에 발돋움 할 수 있다. 그러나 11번가,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구) 모두 주된 사업이 온라인 오픈마켓인 만큼 오히려 점유율 나눠먹기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발판 삼아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온라인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오프라인 인프라와 온라인을 결합, 올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올라인 견인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홈플러스의 성적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5322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창사 이래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