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업기회 이용' 첫 제재…SK와 최태원 회장에 16억 과징금

공정위 “SK, 최태원에 실트론 지분 인수기회 양보"…SK "유감" 법적 대응 시사

2021-12-23     한승수 기자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SK 소속 SK㈜의 특수관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6억 원을 부과한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각 8억 원씩 총 16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2018년 조사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내린 결론으로, 지배주주가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다만, 검찰 고발 조치가 빠졌고 과징금 수준도 낮아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는 제재 결과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위는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SK와 이를 받은 최 회장에게 향후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8억 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최 회장이 비서실에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하자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합리적 검토 없이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게 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SK는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 기업가치가 1조 1000억 원에서 2020년 3조 3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SK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와 중국 사업 확장 등으로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