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기술 규제, 한국이 최대 희생자 될수도

2022-01-17     이원두
언론인, 컬럼니스트.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중국에 대한 기술수출을 규제하는 다국적 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민간차원에 거래되는 첨단기술의 군사 목적 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다국적 체제 금수기구’는 냉전의 경제적 단면이다. 구소련이 첨단 군사기술 도입에 혈안이 되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16개국과 일본이 5년에 걸친 논의와 협상 끝에 발족한 것이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 코콤(COCOM: Coordinating Committee for Multilateral Export Controls to Communist Area)이다. 냉전이 종식된 1994년 3월 기능이 중단되었으나 바세나르 협정(네덜란드 바세나르에서 서명한 데서 유래)을 근거로 금수목록을 공유해 왔다. 그렇던 것이 미국과 일본이 갑자기 코콤 형태의 첨단기술금수를 들고나온 것은 중국 견제가 바탕에 깔려있으나 최근 북한의 초음속 미사일 도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냉전 시대 당시 코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소련으로의 첨단기술 유출을 차단했는지 실증적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구소련은 필요한 첨단기술 목록인 이른바 ‘레드 북’을 각 대사관에 비치, KGB(국가 보안위원회)와 GRU(정보총국) 요원이 관리하면서 산업 스파이를 지휘했다. 그러나 구소련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서방 기업의 은밀한 수출, 정부 간의 이해상반 등으로 알력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조차 닉슨 대통령 시절, 볼베아링 정밀가공설비를 수출함으로써 구소련의 탄도미사일의 관성유도 시스템 완성에 도움을 준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판단이 아닌 기업 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렸다. 대표적으로 당한 것이 일본의 도시바와 히타치였다.

코콤도 이해 엇갈려 잡음 계속

안보외교로 ‘한국 배싱’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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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잠수함 가공설비 수출

‘잃어버린 20년’의 단초로 작용

특히 도시바는 당시의 첨단기술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정밀공작기계를 은밀하게 구소련에 대량 수출한 것이 들통났다. 당시 소련의 디젤 잠수함은 스크류 소음이 엄청나게 커 거의 모든 동향이 미 해군의 수중 음파 탐지기(소나)에 잡혔다. 그런 것이 어느 순간 미 해군 소나에 잡히지 않게 되었다. 탐지 결과 일본 도시바의 정밀공작기계로 프로펠러 정밀가공에 성공함으로써 소음을 대폭 줄였음이 밝혀졌다. 미국으로서는 구소련 디젤 잠수함이 연해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는 동향 파악이 어렵게 된, 안보상 중대한 위기가 온 곳이다. 도시바로서는 운 나쁘게도 당시는 미국이 대일 무역적자가 심각하다고 판단, 비관세 장벽(접대 등) 폐지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던 시기와 맞물려 일이 터진 것이다. 미국 의회가 공개적으로 도시바 제품을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등 이른바 ‘재팬 배싱’도 절정을 이루었다. 이 사건 이후 ‘프라자 합의’로 일본 엔화의 초강세가 굳어지면서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된다. 당시 미 일 관계는 레이건과 나카소네가 ‘론, 야스’라고 서로 애칭을 부르며 친밀을 과시하던 밀월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재가 이처럼 심각했던 것은 국익 앞에는 영수 간의 친밀도도 힘을 못 쓴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의 중국과 구소련은 경제력과 기술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방 입장에서 볼때 구소련은 일방적인 수출시장이었으나 지금의 중국은 무시 못 할 무역 상대다. 다만 중국의 일대일로, 남중국해 자유항행권 등이 더 큰 변수로 작용, 유럽연합이 미국의 반중국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초음속 (마하5~10) 미사일을 실험발사한 직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기시 수상과 통화를 했다. 이어서 대북제재 강도를 높임과 동시에 일본과 초음속병기에 맞설 최신 방어무기 개발협정을 맺었다. 그러는 동안 국내서는 이른바 ‘#멸공’과 ‘주적’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동북아 안보의 축이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개편, 한국은 ‘이류 동맹’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과거 도시바처럼 뭇매를 맞을 기업이 핀셋으로 뽑혀 나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일이 중심이 되어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코콤 체재가 출범할 경우 한국이 최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강조라는 이유다. gt21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