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주총...함영주 부회장, 회장으로 뽑았다
하나금융지주, 제17기 정기주주총회서 선임안 가결 정계·시민단체 여전히 반대...회장직 수행 난항 예상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은 여전히 함 회장의 선임에 부정적이다.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에 대한 함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세계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도 함 회장의 선임을 반대했고 정계도 함 회장 선임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함 회장이 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전 서울 중구 명동사옥 4층 강당에서 제1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안건은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개정, 사외·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6가지였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함 회장 선임안이었다. 함 회장이 선임된 데에는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 지분 9.19%를 보유한 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이외에 주주들은 외국인 67.53%, 우리사주조합 1.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8일 김정태 회장 후임으로 당시 함 내정자를 최종 추천했다. 하지만 DLF 행정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선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됐다. 하나금융은 측은 주총 소집 공고에서 "이사회 추천 이후 11일 함 후보는 채용부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모두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10년 동안 이뤄져온 관행에 대해 함 후보가 보고받은 바 없고 함 후보 의사에 따라 이뤄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함 회장은 지난달 11일 채용비리 형사사건 무죄 선고 직후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았고 이번 재판 결과를 저희 소중한 주주들께 상세하게 보고드리고 설명도 드려서 주총이 무난히 지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LF 사건에 대해서는 "이사회 추천 이후 14일 함 후보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본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 예정이고,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효력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므로 본 판결에도 불구,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DLF 투자로 피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함 회장의 선임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및UK펀드 피해자연대(연대)는 이날 주총 시작 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연대는 "ISS에서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에 대한 반대표를 냈다. ISS는 함영주 부회장의 채용 비리 1심,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로 인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취소소송 1심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 함 내정자의 책임과 금융 그룹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어 반대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고 했다. 즉 최종선고결과와 관계없이 함영주 및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정계에서도 함 회장의 선임을 반대했었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지난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 부회장은 2020년 2월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DLF사태의 관리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회장 후보 추천은 철회돼야 한다. 금융지주회사 임원 선임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의원의 성명에는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등이 동참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근 함 부회장을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오 의원은 "DLF사태는 해외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를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면서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2800억원이 넘는 고객손실이 발생했고 하나은행은 약 1500억원을 배상했으며 16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했다. 은행장으로서 여러 사건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르고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을 판결이 나기도 전에 은행을 포함한 계열 금융기관 전체를 총괄하는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후보로 추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DLF 사태로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00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2017~2019년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을 1500억여원 어치 판매했지만 2019년말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펀드 만기는 25~37개월이지만 6~7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섞여 있었다. 이 마저도 시장 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탈리아 진료비 매출채권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ESC그룹이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ESC그룹이 아닌 CBIM과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회사가 불량채권 매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