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 "금리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물가만 보는 구조 바껴…정부와 정책 조율 중요 한·미 기준금리 역전되도 자본유출 없어

2022-04-01     이재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TF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국은행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위험 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성장률 둔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고령화가 되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은퇴해 부동산 대출보다는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부채를 하게 되면 가계부채의 퀄리티도 나빠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다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열 총재와 한은 집행부가 금통위원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게 돼 단기적으로 볼 때 가계부채를 조율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한은이 물가만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이자율이 균형 이자율보다 너무 낮을 경우에는 가계부채가 굉장히 늘어나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나중에 국가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과거처럼 중앙은행이 독립이라고 해서 물가만 보는 구조는 많이 바꼈다"며 정부와의 정책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맨데이트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와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거고 변수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그런 갈등 하에서 어떻게 조율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가와 성장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정부 정책 조율이 쉽지만, 물가와 성장이 반대로 갔을 때는 성장을 많이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물가를 고려하는 중앙은행간에 긴장 관계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주열 총재께서 어제 이임식 하면서 '통화정책은 포커게임이 아니다'고 한 것 처럼 서로 패를 보여주고 조율해야 한다. 이것은 전 세계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논의되는 통화정책 방향 트렌드는 '3C'(Comprehensive,  Consistent, Coordinated)를 강조한다. 정책을 할 때 중앙은행은 당연히 물가를 더 비중을 두고는 보겠지만 통화정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조정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다 같이 보고, 각각의 정책이 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가능하면 서로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과거 발언에 비해 중립적인 입장을 내비 쳤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귀국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실화 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으로 해석되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성장에 네거티브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유가도 많이 오르고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통위원들과 함께 지금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다 현실화됐으니 그 현실화된 것이 성장에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다 분석을 해서 이를 잘 조합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파,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데이터 변화에 따라 어떨 때는 매파가 되기도 하고 비둘기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IMF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하방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하방리스크(미 통화정책의 정상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가 실현됐을 때, 경기에 주는 영향이 물가보다 훨씬 더 예상 밖으로 커졌을 때 한국은 재정도 건전한 편이고 금리를 미리 올렸기 때문에 부양정책을 할 여력이 있다. 사실 지금 이런 하방리스크가 실현됐을 때, 물가에 더 영향을 줄지, 성장에 더 영향을 줄지는 분석을 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돼 자본유출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금리 뿐 아니라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기대심리,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여러 변수에 달려있어 반드시 자본 유출이 바로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펀더멘탈을 볼 때 한·미간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다.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 환율이 절하하는 쪽으로 작용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치솟고 있는 물가에 대해서는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전망치인 3.1%보다 높아질 것 같고, 하반기는 물가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될지, 이에 따라 유가가 어느정도 높게 지속될지에 따라 달라서 하반기 물가를 예측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시경제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것이냐. 그런데 치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채 10년물 금리가 7년 6개월 만에 연 3%를 넘어서고, 3년물 금리도 2.7%대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한은이 단순매입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 이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원칙은 국고채 금리 수준을 타켓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변동성이 굉장히 크면 그 변동성을 줄어줘 시장안정을 위해서 들어가는 것"이라며 "월요일 날 국고채 금리가 20bp 가량 뛰게 된 것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빅스텝' 이자율을 많이 올릴 수 있다라는 언급을 하면서 시장에 기대가 형성되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반적으로 금리가 뛰었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펀더멘탈을 벗어나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월요일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저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