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다’

2022-05-23     이원두 기자
언론인,컬럼니스트.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열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점에서 역대 어느 정상회담보다 주목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측의 근거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는 바이든의 미국이 한국 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행보로 윤 대통령의 마중과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 시찰했으며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 또는 보도되었다. 반도체와 함께 바이든이 공을 들인 것은 우리 대기업의 미국투자이며 때맞추어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반도체는 미국이 주목하는 새로운 ‘전략자산’이다. 지금까지 석유가 누려왔던 자리를 반도체가 차고앉은 것이다. 반도체는 현재 한국의 삼성전자(메모리 부문)와 대만의 TSMC(파운드리 부문)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 추세는 메모리 부문에서 파운드리 부문으로 이행하고 있어 일단 대만이 유리한 입장에 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생산라인도 보유한 유일한 반도체 종합 제조업체라는 강점이 있다. 실제 파운드리 부문의 시장 점유율은 대만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는 강하지만 자체 제조시설, 다시 말하면 반도체 공장이 거의 없다. 이른바 팹리스(fabless) 반도체 강국인 셈이다. 그러나 팹리스는 반도체 시장의 다양화에 따라 ‘시장 지배력’에 한계가 노출되었고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사정은 더욱 다급하게 변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성장이 새로운 안보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주도 공급망 구축의 핵심

반도체가 지배하는 시대 왔다

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만 몰랐던 삼성전자 위상

방위산업 수출길까지 터 준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발전은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요 급팽창을 불러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곡물 등 원자재 공급망 붕괴가 유발한 직격탄까지 맞았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은 지금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든 것과 다르지 않다. 80년대 영광을 되찾을 마지막이면서도 최대의 기회라고 외치고 나선 일본의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는 차세대 기술 개발 체제 정비를 위한 ‘반도체 전략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 벨기에의 아이멕(IMEC), 미국 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같은 기구 신설을 요청했다. 미국 역시 팹리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투자를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대만은 대만대로 일본과의 합작을 통해 영역 넓히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이 방한 첫걸음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로 향한 것은 의미심장한 모습이다.

은연중에 각국의 견제를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아 계속하여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일단 바이든이 구상하고 있는 ‘가치공유 공급망’, 다시 말하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역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비록 중국의 반말이 예상되더라도 이미 시안 등 한국 반도체 공장이 중국 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미국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반대급부를 강하게 요구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 소형원자력 모듈 등의 협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점은 장관급의 ‘공급망 대화 기구’ 마련에 합의한 것과 윤 대통령이 ‘국방 공급망 협력’을 바이든에게 요청한 점이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길을 트자는 제안이다. 반도체 협력의 반대급부 성격이 강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경제 협력의 균형을 맞추자는 뜻이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목이다. 이는 한국 국력, 삼성전자 반도체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확보를 비롯한 지원책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총수가 가석방 상태에서 한미 정상을 영접, 안내한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정상적이지 않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