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대화 끊은’ 독주 달러 대책이 없다

2022-09-05     이원두
언론인,컬럼니스트.

원화의 달러 환율이 1천 4백 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무역적자가 8월 현재 2백 47억 달러를 기록했다.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의 최대 규모다. 지금 세계는 강달러 위세에 눌려 숨을 죽인 처지이지만 유독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 화폐보다 낙폭이 더 심한 것은 중국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중국은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 걸핏하면 대도시를 봉쇄한다. 최근에는 인구 1천 9백만 명의 쓰촨성 청두를 봉쇄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이나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받는 영향은 거의 치명적이다. 무역적자가 66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며 원화의 대 달러 환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폭이 큰 것 역시 중국 영향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강 달러, 이른바 ‘킹 달러’로 불릴 정도로 강세를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미 연준(FRB)의 급속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국이 다른 선진국-유럽연합, 영국, 일본-중앙은행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자기 이익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6일에 열린 FRB의 경제심포지움(잭슨홀회의)에서 파월 연준 의장의 주식시장을 견제한 강성연설을 계기로 시장이 미 연준과 결별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파월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면 주식시장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불과 1주일 사이에 세계증시 시가총액이 4.9조 달러나 증발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라 민간금융기관이 FRB에 맡긴 지준금(支準金)에 대한 이자 부담도 늘어나자 양적 긴축(QT)도 병행하기 시작한 데 따른 ‘역류 현상’이다.

파월 FRB의장 주식시장 견제하자

1주일만에 시가총액 5조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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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고물가 무역적자도 눈덩이

‘경제 비상대책 기구’라도 만들어야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FRB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뉴욕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원인의 60%는 수요초과, 나머지 40%는 공급제약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FRB의 강력한 금리 인상은 과잉 수요를 냉각시킬 수는 있으나 공급조건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힘은 60%밖에 안 된다면 다음 대책은 무엇인가?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미국을 엄습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시 FRB는 정책목표를 금리 인상에서 금융기관 자금량 축소(양적 긴축)로 전환, 성공한 적이 있다. 파월의 FRB가 이를 참고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컨테이너 터미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6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32억 달러) 기록한 최고 실적을 웃돌며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수출 실적 최고기록 달성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뉴시스 제공)

미국은 내년 상반기 중에 ‘4% 금리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히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발신하는 정보의 신뢰성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FRB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영국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질러 대책을 서두는 것은 ‘정책의 유연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은 미래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포워드가이던스 (Forward Guidance)의 타당성을 해칠 뿐이라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각국은 비교적 냉혹한 신호를 시장에 내보냈으나 지금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형국이라고 시장은 분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애매함이 금융정책이 정상화되고 있는 반증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앖다.

문제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속에서 고환율, 고물가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인 방향 제시가 아쉽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 앞에 정책 입안이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 내분에 힘을 낭비하고 있다. 정부는 당 내분에서 벗어나 ‘경제 비상대책 기구’라도 만들어 시장과 국민의 신뢰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