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자동 핵타격법’ 무엇을 노리나

2022-09-13     이원두
언런인,컬럼니스트.

김정은의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핵무기 사용조건 등을 규정한 법령을 가결함으로써 핵 사용을 법제화했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핵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보도를 통해 핵무력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되었음을 내외에 공표했다.

주목할 점은 첫째 ‘핵무력의 지휘 통제는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하며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는 것과, 둘째 핵무력지휘통제 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할 경우 사전에 결정된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는 규정이다. 동시에 ’임의의 조건과 환경에서도 즉시 집행할 수 있게 경상적인 동원태세를 유지한다‘고 함으로써 김정은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 버턴을 누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핵보유국‘반열 공식화에 안간힘
윤정부 ’담대한지원‘ 거부의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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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밀착, 안보리 사실상 식물화
핵실험 추가제재도 불가능한 현실

북한 입장이 이처럼 강경하게 바뀐 배경은 여러 가지로 진맥할 수 있겠으나 가장 뚜렷한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상당한 대미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담대한 구상‘은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단계별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언뜻 보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유사하지만 정치 군사적 로드맵을 포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쉽게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이라는 나라를 새로 구축할 정도의 ’담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반 토막이 났고 무역 규모는 20분의 1로 쪼그라든 점을 감안 할 때 자존심이 상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핵무력의 볍제화‘는 상처받은 자존심 회복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나름대로 ’강 펀치‘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87체제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진보 정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시대와 보수 정권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시대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른 냉온탕이 전개되었다. 김영삼 정권이 추진하던 남북정상회담은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김대중-김정일 회담으로 바뀜에 따라 진보-보수 정권의 대북정책이 갈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밀월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막을 내렸다. 금강산 관광객인 박왕자 피살사건, 연평도 포격 등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의 평화협정 노력이 초기에는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은 하노이 노 딜로 막을 내렸다. 그 이후의 남북관계는 온 국민이 직접 본 일종의 ’굴종적인 유화‘로 일관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핵을 앞세운 김정은의 오만함이 극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번 핵무기 사용 법제화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리고 엄격히 경계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강경정책으로 선회한 원인이 윤석열 정부의 ’선제 타격론‘이나 ’담대한 구상‘에서 찾으려는 일부 좌파 세력의 준동이다. 북한이 저처럼 핵을 휘두르는 강경한 자세로 돌아선 근본 원인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길을 잘 못들인‘데서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강경노선에 운명을 걸고 나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 냉전‘으로 국제적 입지가 전에 없이 강화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김정은이 오늘 당장 핵실험을 하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무기(포탄) 지원까지 요청한 것도 북한이 간 크게 나오는 배경의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좌우 진영 논리를 앞세워 정쟁에 불을 지를 것이 아니라 일사불란한 대응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