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1조 유증..."주주들 돈 털어 신동빈 회장 위해 쓰냐" 원성
유증설 "결정된 것 없다" 해명공시 내더니 이틀만에 번복 "주주들 돈 모아서 롯데건설 지원, 일진 인수대금 사용" 어이 없다 비판
롯데케미칼이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주주들에게 돈을 끌어모아 롯데건설 지원 등 신동빈 회장 사익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운영자금 50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6050억원 등 총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이중 운영자금(5000억원)은 나프타 매입대금으로 사용하며, 인수자금(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000억원 중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5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도 지난 9일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에 투입한 돈만 9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이 2조원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9000억원에 육박하는 롯데건설 지원금 조달까지 떠안은 상황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가치 희석 효과가 발생해 주당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온라인 주식 종목토론방(종토방)과 주식 커뮤니티에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gaXXX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은 해야 하고, 일진은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데 은행이자가 비싸니깐 유상증자를 했다"며 "미국이었으면 주주들 상대로 최소 수 천 억원에서 수 조원대 소송이 걸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메XXX를 쓰는 네티즌은 "롯데케미칼 유증은 배임에 가깝다"며 "일진머티리얼즈의 성장이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들에게도 수혜가 갈지 의문인 데다, 계열사 자금 지원은 더더욱 롯데케미칼의 본질가치와는 동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롯데케미칼이 사실상 주주들의 돈을 끌어와 대주주 이익을 위해 쓰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주주들의 돈을 가져가서 롯데건설을 지원하고, 돈이 없어서 일진 인수대금으로 쓰느냐"며 "해명 공시를 내자마자 유상증자 공시를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16일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추진 '최대 2조'' 보도가 나오자, "결정된 바 없다"며 해명 공시를 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8일 장 마감 후 곧바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해 주주들은 물론 증시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내려잡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등급'으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계도 롯데케미칼이 업황 부진과 무리한 기업 인수, 계열사 지원 등으로 재무부담이 한결 높아졌다며, 목표주가를 이례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확대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측면으로 보다는, 본업에서의 이익 창출력 악화와 대규모 인수합병,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롯데건설의 증자·계열사 및 금융기관 차입에도 여전히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현재 인수금융 시장 경색 등을 감안했을 때, 이번 증자로 자금 불확실성의 완전한 해소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