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주현 산업연구원장 “계묘년, 韓 경제와 산업 성숙해지는 한 해”

2023-01-02     박숙자 기자
주현 산업연구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한 마음으로 헤쳐나가면 우리 경제와 산업이 올해 더욱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평택항 전경. [사진=팩트인뉴스, 산업연구원]

주현 산업연구원장이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한 마음으로 헤쳐나가면, 우리 경제와 산업이 올해 더욱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주현 산업연구원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유례없는 부침을 겪었다. 그리고 현재 인플레 심화와 금융 긴축이라는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연초만 해도 소비 개선과 수출 확대 등으로 회복 기조가 이어지는 모습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주요국들의 긴축 강화 등 대외 여건의 악화에따른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내수에서는 민간소비가 일상 회복 위주로의 방역정책 전환과 고용 개선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였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 투자수요는 금리 및 물가 상승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해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출 역시 전년도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까지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 대외 여건의 악화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10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올해 세계 경제는 혹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심화와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실물경제 부문에서의 복합적인 위협요인들로 인해 주요 경제 분석 기관들과 전문가들이 경기 침체를 예견하고 있다. 이에 2023년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유럽-러시아와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대립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주요국들의 금융긴축 지속과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등에 직면하여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즉, 성장 둔화와 고물가 상황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국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고용 회복과 소득 증대 등이 긍정적이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과 고금리 기조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인플레 압력의 완화 여부와 이에 따른 고용 및 수요 둔화 여부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코로나19 영향에서 매우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완화 지속 및 수요 회복 등의 여부가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인해 제로 성장에 가까운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철폐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책당국의 부양조치 시행 여부와 부동산 경기의 약세 지속 여부 등이 주목된다.

세계 경기 향방의 주요 변수는 무엇보다도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완화 여부와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 시점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여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세계 금융의 긴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선진권의 통화긴축 강도와 그 영향, 그리고 개도권으로 확산되는지의 여부와 대외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나타나는지 여부 등을면밀히 주시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 등 지역 간 대립 심화에 따른 지정학적 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인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미·중 긴장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타 지정학적 긴장 등은 보호주의 강화 기조와 탈세계화 진행 등을 통하여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야기할 것이고, 세계 교역의 대폭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것이다.

요컨대 세계 경제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성장세 둔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불확실성 확대 등의 부정적 요인들은 경기 부진을 더욱 심화시키고, 매우 중대한 하방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상황 해제와 일상 회복 진전이라는 전제하에,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 등의 대외 여건하에서 통화 긴축 영향의 본격화에 따른 소비 둔화 등의 대내 여건으로 인해 전년보다 낮은 1.9%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국내 경기 향방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여부, 고물가 및 금리 인상, 환율 및 금융시장 불안, 무역적자 지속 여부 등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대내적으로는 서비스업 호조세 및 고용시장 개선세의 지속 여부와 반도체

산업의 부진 정도가 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먼저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축소되면서 전년 대비 감소 전환(-3.1%)이 예상된다. 13대 주력산업의 수출은 기계산업군에서 일반기계 수출이 감소하나, 자동차와 조선은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기대되고,소재산업군은 단가 하락과 수입수요 둔화로 모든 산업에서 수출 부진이 예상되며, IT·신산업군에서는 이차전지와 바이오·헬스에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반도체는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입은 국내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향세 등으로전년 대비 감소가 예상되고, 기저효과까지 감안 시 수출보다 좀 더 큰 폭의 감소(-5.1%)가 예상

된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설비투자는 세계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의 악화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 고환율,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투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신규 착공 위축 등의 여파로 회복세가 제약되나,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정부 주택공급 정책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1.6%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일상 회복의 본격화로 인해 여행, 숙박, 음식 등의 서비스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보이나, 고금리 지속과 소득 여건 악화, 자산가격 하락,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년보다 낮은 2.5%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올해 우리 경제는 암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경제 역시 위기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심각한 위기는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인해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강타하고, 정책 대응이 미흡할 경우에 그 충격이 한층 증폭될 수 있어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세계 경제의 위협요인들이 무역, 투자, 금융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엄밀히 분석하고 취약한 부문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주문량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고,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화학과 철강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제고 노력 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악화 등 경기 침체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산업의웨이퍼 등 특수 원․부자재 수급난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하여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현실이다. 이에 세계 경제 흐름에 맞는 기민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세계 교역이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이 더욱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의 수출 전략을 마련하여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물가 안정과 자금시장 경색 완화,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올해는 각 부문의 누적된 부채와 금리의 추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도 중요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회사채 시장 불안과 자금시장 경색이 일부 나타난 바 있는데, 코로나19이전부터 영업이익이 이자보상비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비중이 높다는 문제를 내포하고는 있었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기업 도산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금리가 오르고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물가 및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

모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나, 재정정책은 취약 기업이나 가계등을 선별 지원하는 완화적인 기조로 선회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올해 직면할 위험을 넘어 그 이후까지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당장의 위기에만 매몰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세계 경제를 바꾸고 있던 큰 물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중장기적인 영향요인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신기술과신산업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 소비 행태와노동 및 일자리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 기업들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영향요인들로 인한 변화는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서서

히 나타날 것이나, 기본적인 변화 흐름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 기술 개발이나 신산업육성, 인재 양성 등이 미흡하고, 강대국 간의 갈등과 국제질서 변화로 인해 경제안보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더욱이 저성장·양극화와 함께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 등으로 인한 성장잠재력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은 긴 안목으로 대응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여 개별 사안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사안에 따라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으며 이념적 선호도 개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국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가능한 한 폭넓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한 추진력과 일관성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정해진 전략을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 어려운 시기를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두 한 마음으로 슬기롭게헤쳐 나간다면, 새해 계묘(癸卯)년은 우리 경제와 산업이 한층 더 성숙해지는 한 해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산업연구원장 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