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우 정상회담 추진…장소 선정 두고 외교전 치열

헝가리 부다페스트, 백악관 1순위 검토지로 부상 스위스·튀르키예·이탈리아 등도 회담 유치 경쟁 가세

2025-08-20     남하나 기자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면서 회담 장소를 둘러싼 국제적 물밑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단독 회담이 성사될지도 불투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자신이 참여하는 3자 회담 구상까지 밝히며 장소 후보지가 다변화되고 있다.

정가 안팎에서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가 3자 회담 개최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비밀리에 부다페스트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헝가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장기간 집권하며 친(親)푸틴 노선을 유지해 온 국가로, 미국 비밀경호국(SS) 역시 현지 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불편한 선택지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특히 부다페스트는 1994년 미국·영국·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독립과 국경을 보장한 ‘부다페스트 각서’의 체결 장소로, 상징성도 크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당시 어느 서명국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아 합의의 실효성 논란을 남긴 장소이기도 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립적 입지를 강조하며 스위스를 추천했다. 스위스 외무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면책특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스위스가 대러 제재에 동참한 점을 들어 이미 ‘중립국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튀르키예, 이탈리아, 중동 국가들이 회담 유치 의사를 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모스크바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는 등 러시아 측도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외교적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회담 장소와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부다페스트가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최종 회담 성사 여부와 장소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실질적 종전 논의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