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 에너지 시설 집중 타격…미국 향한 ‘협상 압박 신호’
러시아 정유소·우크라이나 가스망 연쇄 공격…휘발유값 급등·난방 자원 차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최근 상대국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면서 미국이 중재하려는 평화협상을 앞두고 ‘힘의 과시’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각) 양국이 에너지 전쟁을 벌이며 미국을 향해 압박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에만 러시아 석유 시설을 최소 10차례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당국도 절반가량을 인정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가스 터미널, 남부 지역 정유소, 유럽 송유관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러시아 정제 능력의 약 17%가 일시 중단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12% 치솟으며 전국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가스 및 석유 시설, 발전소, 전력망을 집중 공격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10일 동안 에너지 시설 2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연간 소비량의 약 5%에 해당하는 10억㎥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을 잃었으며,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유럽에서 긴급 수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에너지 시설 공격이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크게 약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상대국 정부의 정치·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인 생활을 교란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의 집중 공격은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 사기 저하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석유 수출 차질과 물가 상승을 통해 압박 카드를 꺼낸 셈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공급되는 송유관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유럽 내 긴장도 고조됐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고, 트럼프도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우리가 협상 카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