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송학 칼럼] 버스가 끊기는 곳에는 관광이 없다

수요응답형(DRT)로 ‘마지막 10km’를 살려라

2026-04-01     심송학 기자
심송학 기자 [팩트인뉴스]

팩트인뉴스=심송학 기자 | 지방의 교통 위기는 흔히 “노선이 부족하다”는 말로 설명되지만, 실제 현장에선 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노선의 존재가 아니라 노선의 지속성이다. 인구가 줄고 수요가 변하면 고정노선은 빠르게 적자가 나고, 배차는 줄며, 시간표는 신뢰를 잃는다.

관광객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결정적 장벽이다. 기차나 고속버스로 도착했는데 마지막 10km를 책임질 교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도시는 ‘가볼 만한 곳’에서 ‘갈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이 마지막 구간에서의 좌절은 체류를 무너뜨리고, 소비를 차단하며, 재방문 가능성까지 낮춘다. 버스가 끊기는 곳에 관광이 없는 이유다.

이 문제를 고정노선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풀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한다. 고정비가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은 커지고,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시 감축이 반복된다. 이는 마치 수요가 들쭉날쭉한 시장에 대형 창고를 먼저 짓는 것과 같다. 해법은 규모가 아니라 운영 방식의 전환이다. 고정비 중심에서 변동비 중심으로, 공급 중심에서 수요 기반 운영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도구가 수요응답형 교통, 즉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다. 앱이나 콜센터로 호출하면 차량이 탄력적으로 경로를 구성해 태우고 내려주는 방식은, 불확실한 수요를 전제로 설계된 교통의 진화형이다.

중요한 점은 DRT를 ‘택시의 대체재’로 오해하지 않는 것이다. DRT의 역할은 택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의 공백을 메우는 준공공 서비스로 설계될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환승할인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차·버스 시간표와 연계되어야 하며, 관광거점에 정차해야 한다. 고령자와 디지털 취약층을 위한 전화 예약 지원도 필수다.

이렇게 설계된 DRT는 이동의 편의를 넘어, “이 도시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뢰를 만든다. 관광은 이 신뢰 위에서만 산업으로 작동한다. 해외에서는 이 전환을 공공교통의 실험으로 다뤄온 사례가 있다.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Transport for Wales가 파트너 지자체·운수사와 함께 운영한 fflecsi는 DRT를 고정노선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재로 설계했다.

운영 사례 자료에서는 고정노선 유지가 어려운 지역에서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운영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뤘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였다. 공공교통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요금·환승·운영 기준을 공공 규칙 안에 넣었을 때 DRT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옵션이 된다.

지방도시에 적용할 때 가장 흔한 실패는 관광정책과 교통정책을 분리하는 것이다. 관광은 이동에서 시작되고 이동에서 끝난다. 따라서 DRT는 관광의 일부로 설계돼야 한다. “역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DRT 출발을 맞추고, “관광 티켓”에 DRT 탑승권을 포함시키며, 지역 소상공인의 쿠폰을 결합해 이동이 곧 소비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차량 한 대의 운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촉매가 된다. 마지막 10km를 살리는 정책은 관광의 첫 10분을 살리는 정책이기도 하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역시 이 전환을 요구한다. 단기 체류보다 워케이션과 장기 체류가 늘고, 고령자와 소규모 가족 여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라”는 교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연한 이동이 가능할수록 체류는 길어지고, 체류가 길어질수록 지역에 남는 소비는 늘어난다. DRT는 교통 기술이 아니라 체류 전략이다.

결국 버스가 끊기는 문제는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의 문제다. 마지막 10km를 포기하는 도시는 첫 방문객을 스스로 돌려보내는 도시다. 수요응답형 교통으로 이동의 공백을 메우는 순간, 지방은 다시 연결된다. 연결된 도시는 체류를 만들고, 체류는 산업을 만든다. DRT는 비용이 아니라 지방관광의 생존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