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대권 승계 신호탄 시작되나?

2012-03-22     남세현


현대차그룹이 정 부회장 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을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업계는 정몽구 회장 식 후계구도 강화라고 풀이했다.


이미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 등의 사내이사를 맡고있다. 여기에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자동차와 부품, 철강 등 주력계열사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그야말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로 통하는 현대차 그룹 전반에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 돌입...경영권 승계 관측 모락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를 맡게 된 것은 ‘계열사에 대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업계는 정몽구 회장의 ‘돌출인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 체제로 변신하기 위한 ‘세대교체’의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2~3년간 현대차그룹의 인사로 정 회장의 1세대 가신들이 상당수 물러났다. 특히 지난 2월 24일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발령 난 지 10일 만에 돌연 사퇴한 것은 이를 여실 없이 보여준다.


현대모비스 측은 이 부회장의 사퇴를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정 부회장 체제로 바꾸기 위한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재무통’으로 불리며 정 회장의 가신중의 가신으로 꼽힌 이 부회장의 퇴진으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10명으로 숫자가 줄었다.


이 중 총괄부회장은 설영흥(중국담당), 신종운(품질), 김용환(기획), 양웅철(연구개발), 김억조(노무), 최한영(상용차) 등 6명이다. 이 중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설영흥, 김용환, 최한영 부회장 등 3명 정도다. 나머지는 정의선 부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경영 일선에 등장했거나 이후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정 부회장 체제로의 변신을 위한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지분승계 행보로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명실상부한 경영권 승계 후계자다. 그러나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서는 핵심계열사 지분 확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현대제철,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현대모비스는 2009년 8월 현대제철의 현대차 지분 5.84%를 인수하면서 현대차 지분을 20.78%로 높여 일반지주회사의 요건(자회사 지분 20% 보유)을 갖췄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자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0.67%를 간접 소유하고 있는 정도다.


정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살펴보면 기아차 1.75%와 글로비스 31.88% 등이 고작이다. 이 밖에 비상장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 20.1%, 현대엠코 25.06%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상속 또는 증여 받는다 하더라도 경영권을 장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대권을 향한 정 부회장의 두가지 시나리오


때문에 대권 승계를 위해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두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를 그룹의 순환출자 핵심으로 두는 방법과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 등을 통한 지분 확보 자금 마련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의 지분 20.78%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경영권 승계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거둬들일 만큼의 ‘총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영향력을 내세울 만큼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려면 6조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은 3조원 안팎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글로비스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22.54%를 확보하면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가 가능해진다.


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947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 부회장이 최대대주로 있는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의 합병설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을 합병하게 되면 정 부회장은 시가총액 10조원에 달하는 현대건설을 자연스럽게 우회상장하는 효과와 합병으로 인한 기업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확보한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정 부회장의 대권 승계는 마무리 된다.


다만,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부인한 게 걸림돌이다. 합병을 한다하더라도 인수 당시 채권단과 ‘2년간 현대건설의 합병 또는 분할합병, 회사의 인적?물적 분할 금지’를 협약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정 회장의 재산을 정 부회장에게 상속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시장일부에선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소유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교환해 순환출자도 해소하는 시나리오도 나와 있다.


정몽구,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현대글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가 된다.


또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으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여타 주식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면 경영권이 확보된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물 출자를 통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하고, 다시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영업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을 통해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정몽구,정의선→현대모비스(지주)→현대모비스(사업), 현대차, 현대제철, 글로비스→기아차의 지분구조가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현대모비스 주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간 지분 구조 정리, 지주회사 전환하나?


사정이 어쨌든 사실상 현대차 그룹의 지주회사전환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대하이스코 지분 매입을 두고 현대차 그룹이 지분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3월 16일 현대위아 지분 10%를 매각하고, 두 회사는 각각 600억원과 547억원을 출자해 일본 JEF스틸의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하이스코에 대한 지분율은 현대차 29.37% 기아차 15.65%로 높아졌다.


동시에 두 회사는 모두 800억원을 들여 차량용 반도체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차전자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이번 지분 변동 규모가 크지 않은 데도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 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스왑(지분 맞교환)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교차 소유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등의 계열사 지분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첫 작업이 현대차가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뒤 현대하이스코 지분 40%를 기아차에 주는 것이며 이후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받아와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계열사 간의 교차 소유 문제가 해결되면 정 회장 부자가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소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교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뒤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하고 현대차 지분 등은 지주사에, 기존의 부품사업 등은 현대 모비스에 남김으로써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전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23.8% 갖게 되고 인적 분할 뒤 추가적인 지분 맞교환으로 60%까지 지주사 지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대하이스코 지분 매입은 이러한 지분 교환에 앞서 하이스코에 대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계열사 지분 정리에 관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밖에서의 시각일 뿐, 회사 측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번 계열사간 지분 거래는 지분 취득이 목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책임경영의 일환일 뿐,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현대차 그룹의 이번 변화가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권 승계로 이어 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