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중재안 정부 이송…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2015-06-18     김철우

논란속의 국회법 개정안이 한 글자가 바뀐 ‘중재안’을 통해 정부로 이송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헌성을 내세우며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청 관계는 물론 여·야 관계 또한 파국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하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기존 국회법 제98조의2(대통령령등의 제출등) 3항에서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담당하는 행정기관에서 제출한 입법(대통령령 등)에 대해 법률의 취지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소관 행정기관장에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통보’를 ‘수정·변경을 요구’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어)위헌성이 있다”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중재안은 여·야의 합의하에 ‘요구’를 한걸음 물러난 ‘요청’으로 순화시켰으며 수정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이송한 상태다. 향후 국회법 수정안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15일내에 대통령이 공포해야 하며 이의가 있을 경우 국회의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는 “정부가 걱정하는 강제성이나 위헌 가능성은 상당히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으며 새정치 이 원내대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부권이 행사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의 주장과는 다르게 결론적으로 단 한 글자만 바뀐 중재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친박계 한 인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를 ‘요청한다’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며 “정부의 수정 의무와 관련해 ‘처리한다’는 부분도 고치고 여야 원내대표가 ‘강제성이 없다’고 분명히 밝혀야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친박계 또 다른 의원은 “자구 수정은 입법 취지까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위헌성이 해소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번 협상 자체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걱정하는 강제성이나 위헌 가능성을 국회에서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 문제로 행정부와 국회가 갈등을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거부권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맡길 문제인데 그 때가서 생각해 보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만일 일각에서의 우려대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친박·비박계 의원의 대립 속에 당·청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공멸이 우려된다는 주장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새누리당은 당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여 재의결 없이 폐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새정치는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새정치 이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재의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 의장의 확답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원내대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면서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면 이런 진정성 있는 노력들을 무위로 돌리려는 또 다른 의도라고 생각하고 적극 대처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당·청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재의결을 회피할 경우 여·야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됨은 물론 향후 국회 파행마저 예상된다.


한편,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소지를 주장한 박 대통령은 헌법 111조에 따라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넘길 수도 있다. 이 경우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여부에 대한 시비를 가릴 수 있으나 ‘요구’가 ‘요청’으로 순화된 가운데 이 카드를 사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앞으로 2주가 향후 청와대의 입지와 여·야 관계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