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실적쌓기 급급한 KT, 협력업체들 일감까지 빼앗아
KT 발주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된 중소 협력업체들은 “경기침체로 일거리가 준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황창규 회장 연임을 위한 실적 만들기를 위해 협력업체를 죽이는 처사”라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KT와 협력업체에 따르면 KT는 지난해부터 ‘1군’(통신 선로·관로 공사) 협력업체가 도맡던 공사 물량을 케이티서비스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 협력업체 대표는 “지난해 1군 공사 물량 가운데 50억원어치가량이 케이티서비스로 넘어갔고, 올해는 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가 받던 공사 물량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넘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KT는 이와 유사한 처신을 한 바 있다. 당시 KT는 ‘4군’(인터넷·인터넷티브이(IPTV) 개통 및 유지보수) 협력업체에 주던 일거리 대부분을 케이티서비스로 돌려 논란이 일었다.
협력업체들이 청와대·미래창조과학부·동반성장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탄원서를 내는 등 집단 반발을 했고, 황창규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할 계획까지 세우며 표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케이티가 협력업체에 주는 물량을 더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4군 물량의 70%가량이 케이티서비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한 협력업체들은 “케이티는 이와 별도로 2군(주요 건물·시설 내부의 중계기 공사) 협력업체에 주던 일감도 케이티이엔지코어란 자회사를 통해 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KT는 공사 성격에 따라 통신망·전원·기지국 공사와 유선서비스 개통·유지보수 등을 1~4군으로 분류한 뒤 외부 협력업체에 맡겨왔다. KT 물량에 의존해 온 중소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400곳이 넘는다.
이에 대해 한 협력업체 사장은 “상당수는 매출이 20억~30억원을 밑도는 규모라 KT 물량이 조금만 줄어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KT는 그동안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협력업체 일거리를 늘려 생존을 도와왔는데 황 회장 취임 뒤 달라졌다. 자회사를 만들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지 협력업체 일감을 빼앗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음을 매체는 전했다.
황 회장이 취임한 뒤 KT는 자회사 공고히 하기에 열을 올렸다.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하나씩 운영했던 출자회사 ‘아이티에스(ITS)’를 ‘케이티서비스남부’와 ‘케이티서비스북부’로 재편하고, 기존 19%의 지분율에서 각각 76.4%와 67.3%로 늘린 뒤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협력업체에 주던 일감은 차례로 이들 자회사에게 돌아가고 있다. KT는 이들 자회사를 각각 114 안내 등을 담당하는 ‘케이티시에스(CS)’와 ‘케이티아이에스(IS)’와 합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들은 지분율이 30%가 넘는 자회사들의 실적은 KT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KT가 실적을 내기 위한 욕심으로 협력업체 매출을 돌리는 무리수를 두며 출자회사를 자회사로 만든 것 같다는 지적을 했다.
협력업체들은 받고 있는 물량마저 빼앗길까봐 개별적인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취재가 시작되자, KT는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취재에 응해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게 하라는 압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가 언론에 제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긴급 협조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KT 홍보실은 “공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범적으로 해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협력업체의 공사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