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외치던 CJ푸드빌, 현대백 빵집에 발 담궈 '빈축'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베즐리' 인수제안서 제출에 '재벌빵집' 승계 논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제빵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의 점포 확장을 자제한다던 CJ푸드빌이 재벌 빵집 논란을 빚었던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베즐리'를 인수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문을 닫는 동네 빵집이 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됐다.
실제로 지난 2000년 1500개에 불과하던 프랜차이즈 빵집은 현재 5200개로 몸짓을 늘렸다. 이와 달리 동네 빵집은 같은 기간 1만8000개에서 현재 5100~5200개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3700여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열면서 1만개가 넘는 개인 빵집이 사라진 셈이다.
대기업 자제들이 빵 사업에까지 진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소 상인들의 피를 말리는 건 사실상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라는 지적이 거세게 이는 까닭이다.
이렇듯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사회적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되자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지난 10일 동네 빵집 보호를 위해 제빵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 가맹점 확장 자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CJ 푸드빌 측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사회적 여론에 적극 부응한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스스로 확장 자제를 결정했다”며 “대한제과협회가 요구해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증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총량제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J 푸드빌은 이번 결정으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에서 잠시 비켜서는 듯 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더 큰 뭇매가 CJ 푸드빌을 향했다.
앞에선 가맹점 확장 자제를 언급한 CJ푸드빌이 뒤에선 재벌 빵집 논란을 빚었던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베즐리’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론화 되면서 ‘재벌 빵집’ 승계 논란이 일어난 것.
18일 현대백화점과 CJ푸드빌 등에 따르면 CJ푸드빌은 베즐리를 인수하기 위한 인수제안서를 현대백화점에 제출했다.
현대백화점 계열인 현대그린푸드가 자체 개발한 브랜드인 베즐리는 현대백화점 13개 점포에서만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250억원 수준이다. 베즐리의 인수액은 120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CJ푸드빌의 가맹점 확산 자제 선언은 결국 ‘생생내기용' 쇼에 불과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중요 화두 중 하나인 동반성장이라는 대의명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빵집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는 지난 2010년 불거진 이른바 ‘쥐 식빵’ 사태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뚜레쥬르의 사업부문 수익성에도 큰 타격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데 있다. 실제 한때 1400개가 넘었던 뚜레쥬르의 가맹점 수는 현재 1200여개로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맹점수를 늘린다고 해도 수익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제빵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CJ푸드빌이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베즐리’ 인수를 통해 승부수를 띄우려고 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결국 CJ 푸드빌의 가맹점 확산 자제 선언은 베즐리를 인수하기 위한 일종의 연막작전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길거리에 위치해 골목 빵집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뚜레쥬르와 현대백화점 안에만 있는 베즐리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뚜레쥬르 가맹점 자제 선언과 베즐리 인수는 별개라는 것이다.
또한 베즐리 매각금액이 10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이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때문에 이왕이면 빵집을 전문적으로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이 인수를 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하지만 당초 현대백화점의 베즐리 매각이 “재벌 오너 일가가 빵집까지 운영하는 것은 골목상권 보호나 대기업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비판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할 때 또 다른 대기업인 CJ가 베즐리를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더 많다.
만약 베즐리가 CJ푸드빌의 품에 안길 경우, 당초 매각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CJ푸드빌 뿐 아니라 복수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다”며 “검토중인 단계로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CJ푸드빌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인수제안서를 낸 것은 맞지만 이후로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가 한번 만났다고 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 M&A시장에서는 흔히 있는 심플한 사안인데 마치 인수를 한 것처럼 인수설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 관계자는 사실상 CJ푸드빌의 베즐리 인수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 것일까. CJ푸드빌이 현대백화점에 베즐리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만 가지고도 ‘재벌빵집' 승계 논란이 거세다. 대기업의 중소상인 업종 침해에 대해 우리사회가 얼마나 진저리를 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