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 조사해 달라”는 회사 임원…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어렵게 정부로부터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뒤 취항도 하기 전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항공사의 대표 변경은 면허를 다시 심사받아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게다가 면허 취득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더 의아한 상황이다. LCC로서는 드물게 미주 직항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인 에어프레미아 이야기다.

최근 에어프레미아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76억원을 확보했지만,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당초 100억 자본확충을 목표로 했지만 24억의 신주가 미청약 난데다,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자사 감사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에어프레미아는 대표이사 변경으로 국토교통부에 변경 면허를 신청한 상태지만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토부는 당초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변경 면허 심사 발표를 한 차례 연기했다. 국토부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면허 취소도 조심스레 예측하는 분위기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륙하기도 전에 추락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변경 면허 심사 ‘가시밭길’…유상증자 청약도 미달
비위의혹 제기로 경영진 교체 정당화…국토부 ‘난감’

논란은 에어프레미아가 항공면허를 취득하고 한 달여 뒤인 지난 4월 이사회에서 김종철 기존 대표이사와 더불어 심주엽 전 휴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터 불거졌다. 심주엽 대표는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3.65%를 보유 중인 주주로 항공사 전력이 전무한 변호사 출신 투자전문가이다. 면허 신청을 주도한 김종철 대표가 심 대표와의 각자대표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사임했고, 회사 임원인 김영규 감사가 “에어프레미아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우리 회사 조사해 달라” 탄원서 작성한 임원

김영규 감사는 지난 5월 자사의 투기세력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아울러 에어프레미아의 변경 면허 신청도 승인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새로 임명된 대표와 부사장들은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탄원서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 주주는 투자전문회사와 개인투자자, 투자펀드로 구성됐다. 최대주주는 서울리거코스메틱스라는 화장품 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주식회사 세심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대표는 에어프레미아의 각자대표로 선임된 심주엽 대표다. 심 대표는 개인 명의로도 십수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다수 투자회사와 LA교민투자자 등이 에어프레미아 창업에 동참했다. 정리하자면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금을 마련한 다양한 투자자들과 항공업계의 전문 경험을 보유한 김종철 전 대표의 경영수완이 더해져 만들어진 회사다. 그런데 어렵사리 면허를 취득한 이후 주주들과 김 전 대표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주주를 대변하는 입장인 심 대표가 각자대표로 선임됐고, 김 전 대표는 쫓겨나듯 사임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주와 경영진 간의 의견 대립으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투기세력의 회사 장악 시도라는 게 김 감사의 주장이다.

그는 탄원서에서 “투기자본세력은 최대 걸림돌인 항공전문가 김종철 대표를 배임, 횡령 등 불법적 해사행위가 전혀 없음에도 해임을 시도했다”면서 “의약품 불법유통 등의 의혹이 큰 투자자가 공익적 성격의 국가 기간산업을 좌우할 수 없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이후 김 감사가 에어프레미아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다. 투기세력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비정상적 유상증자라는 점이 지적됐다.

전 대표 비위 의혹 제기…“경영진 교체 정당”

에어프레미아는 김 감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영진 교체는 어디까지나 김 전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대표 교체 이후에도 변경 면허 승인과 운항증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임원 출신인 김세영 대표를 각자대표로 새로 임명하는 등 항공전문가를 충원해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에어프레미아는 김 전 대표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1이 지난 12일 단독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김 감수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답변서에서 김종철 전 대표의 일탈행위를 사태 본질로 지목했다.

답변서에는 “회사의 전 대표이사였던 신청외 김종철이 자신의 업무집행과정에서의 일탈행위, 즉 기재도입과 관련한 개인유용 시도, 인사권의 남용, 주주들에 대한 과도한 금전 요구 등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고 쓰였다. 이는 회사가 김 전 대표의 배임‧횡령 시도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면허 취득 직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에어프레미아의 사업면허 준비과정에서 비위행위가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번 사태가 면허발급 원천 무효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에어프레미아와 함께 면허 허가를 신청했던 에어필립은 최대주주의 비위 혐의 때문에 면허 발급이 불허됐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에어프레미아는 국토부에 김종철 전 대표의 비위시도 의혹을 주장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김 전 대표의 일탈행위 자료를 제출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태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돌입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발표한 입장서에서 “(에어프레미아가) 국토부에 대표이사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에어프레미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들을 수 없었다.

 

난감한 국토부…항공업계 신뢰도 어쩌나

난감한 것은 면허를 내준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총 3곳에 면허를 내주면서 사업계획의 철저한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에어프레미아가 면허 취득 1개월 만에 대표이사 변경 면허를 심사해 달라고 나온 것이다. 국토부는 면허를 취소하자니 신규 면허 발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변경을 승인하자니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이용호 의원은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변경 면허부터 신청하는 신생 항공사가 안전을 얼마나 신경 쓸지 우려스럽다”며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변경 면허 신청은 반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뿐만 아니라 다수 항공사가 경영권 문제 등 내홍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자칫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진제공=에어프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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