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주차 NO!” 신고 되면 즉시 과태료

 

 

도로 위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17일부터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한 주민신고제가 시행됐다.


2017년 12월 제천 화재처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방시설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등 금지 구역에 주정차하다 적발될 경우 주민신고만으로도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 생활불편을 넘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주정차 문제로 주민신고제는 시행됐지만, 일각에서는 단속 강화라는 요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팩트인뉴스>에서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소방차 진입 막는 불법주정차, ‘골든타임’ 빼앗아
‘장애인들’의 이동권도 침해?… ‘실태 개선 필요’ 

 


행정안전부는 4대 불법 주정차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주민 신고제를 17일부터 전국에서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불법 주정차의 사진 2장을 1분 간격으로 촬영해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에 신고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단속 공무원의 현장 확인 없이도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도 승용차 기준 현행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된다. 


신고대상은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등 4대 불법 주정차 금지 구역에 주정차한 차량이다.


행안부는 주민신고제 도입에 맞춰 안전신문고 앱을 개선하고, 소화전 5m 이내 도로 연석을 적색으로 칠해 불법 주정차 구역임을 알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17개 시‧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1억2000만원을 지급해 4대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집중적인 계도와 단속을 통해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만큼은 반드시 비워두도록 할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두꺼운 얼음장 같은 우리 사회의 안전 무시 관행에 변화의 실금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방차 진입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구조 골든타임 놓쳐”

주민신고제가 시행된 것은 불법 주정차로 인해 발생한 생활불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난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화재 사고가 크게 작용했다. 


당시 불법 주정차 된 차량으로 인해 진입이 늦어지면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는 사망 29명, 부상 40명이라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3시53분경. 이후 소방차는 현장에 6~7분 만에 도착했지만 발화지점인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좁은 도로는 주정차 된 차량들로 막혀 있었고 진입이 늦어지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길이 막힌 소방차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밀어내지 못했고, 차량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는 데 시간을 낭비했다.


이에 대해 주민 A씨는 “센터 출입구 쪽인 데다 마트와 맞닿아 있는 곳으로 도로라기보다 사실상의 주차장이었다”면서 “소방차 진입로만 확보됐더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사고발생 이후 이 같은 대형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화재안전제도와 대응시스템을 개선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찻길로 내몰린 전동 휠체어 ‘아찔’

주민신고제도는 화재 예방 외에도 장애인 이동권 침해 실태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로부터 보호 받아야할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안전 사각지대로 부터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교통법상 전동휠체어는 ‘보행자’로 분류 돼 인도로 다녀야 하지만, 횡단보도 위 불법주정차 된 차량으로 인해 인도로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횡단보도 위 불법주정차로 인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보행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월 2회에 걸쳐 횡단보도 불법주정차로 인한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 실태를 알리는 시민인식개선캠페인을 펼친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면 불법 주차 차량에게도 책임을 묻지만 장애인이 인도로 도저히 갈 수 없어 차도로 갔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도록 인도 환경을 적극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주정차 문화’ VS ‘현실 고려 안 해’ 팽배

이러한 문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마련했지만, 이를 두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올바른 주정차 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시민은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는 불가피한 정차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생업을 위해 또는 급한 일로 잠시 주정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주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신고하면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에 이러한 제도를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20대 시민은 “운전할 때 횡단보도·교차로 모퉁이에 주차된 차들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위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차주도 결국 보행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시행에 대해 교통공학과 교수는 “단속에 앞서 주차장 우선 확보가 무엇보다 먼저 시행돼야 한다”며 “주차단속은 한시적·지엽적이므로 지역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는 탄력적인 정책 시행이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제천스포츠화재 당시 소방방재과의 한 교수도 “당장 주차의 불편함이라든지 주차장소가 없다라든지 이런 실제적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소방 활동 방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팩트인뉴스 / 이시아 기자 jjuu9947@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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