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 일자리에 취업하는 ‘하향취업’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수 대비 하향취업자수를 보여주는 하향취업률이 지난 9월 기준 30.5%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뒤 4월(30.5%)과 6월(30.5%)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대졸 취업자가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인 경우에는 적정취업, 그 외의 직업(서비스 및 판매 종사가, 농림어업 숙련 노동자, 기능 근로자, 장치 및 조립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을 가진 경우에는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모형연구팀 과장과 강달현 한국은행 조사국 모형연구팀 조사역은 “대졸자의 하향취업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증가세는 고학력 일자리 증가(수요)가 대졸자 증가(공급)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구·사회학적 특성별로 하향취업률을 비교해보면 남성 또는 청·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하향취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대학 전공별로는 직업과 연계성이 높은 의약, 사범계열이 10% 이내의 낮은 하향취업률을 보였으며 인문·사회, 예체능 및 이공계는 30% 내외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졸자가 하향취업을 하는 경우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가 되는 비중(57%)이 가장 높았다.

하향취업자가 향후 적정취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인 적정취업 전환율도 낮은 것도 조사됐다.

하향취업자 중 85.6%가 1년 후에도 하향취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4.6%만 적정취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및 3년 후 전환율도 8.0%, 11.1%에 그쳤다.

하향취업자의 경우 적정취업자에 비해 평균임금도 낮다. 조사기간 동안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177만원에 그쳤지만, 적정취업자의 평균 임금은 284만원으로, 38% 낮은 수준이다.

또한 임금분포를 살펴보면 하향취업자의 임금이 150만원 주변에 집중된 반면, 적정취업자의
임금은 150~450만원 구간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하향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생산성 둔화 등을 초래하므로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하향취업에 따른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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