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무배당‧부당 일감몰아주기로 위기자초…이수만 체제 한계 봉착

▲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에스엠은 최근 KB자산운용으로 부터 주주서한을 받았다.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이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로 빠져나갔고, 상장 이후 18년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던 사실이 지적됐다.

이 회장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 의혹은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에스엠은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해명해 왔다.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동안 국내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으로 주주들 불만이 쌓여왔다. KB운용의 주주서한을 시작으로 주주권 행사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에스엠은 KB운용의 요구에 따라 관계사 합병과 사업구조 개편은 물론 이 회장의 전면 퇴진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B운용 주주서한 “개인회사 합병하라 그렇지 않으면…”
SM엔터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1인 지배구조 흔들릴까

KB운용이 에스엠에 주주서한을 보낸 사실이 지난 5일 알려지면서 에스엠 주가가 요동쳤다. KB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를 가장 활발하게 이행하는 곳으로 꼽힌다. KB운용은 에스엠 지분 7.5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라’ 경고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공개 주주서한에서 KB운용은 에스엠측에 ▲라이크기획 합병 ▲순이익 30% 배당 ▲레스토랑·와이너리 등 에스엠 본업과 무관한 적자 사업 매각 등을 요구했다. 다음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특히 KB운용은 에스엠이 이 회장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가 부당하다는 점을 크게 지적했다.

KB운용은 “현재 에스엠은 영업이익 46% 규모의 인세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게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에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크기획은 에스엠 설립 2년 뒤인 1997년에 세워졌다. 에스엠의 외주로 에스엠 소속 가수 음반 제작과 음반 전반의 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이 회사에 대해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사업장 주소가 에스엠 본점인 SM빌딩이라는 점, 법인이 아닌 이 회장 개인사업체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 알려진 전부다.

문제는 에스엠으로부터 라이크기획으로 넘어가는 비용이 과도하는 점이다. 라이크기획은 2017년에는 에스엠으로부터 108억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당시 에스엠의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그 해 영업이익 대부분이 라이크기획으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전년대비 34.4% 늘어난 145억원이 지급됐다. 이렇게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돈은 2000년 이후 19년 간 965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은 “소액주주와 오너 간 이해상충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주주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다”며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 합병과 30% 배당성향을 요청한다”말했다.  

논란마다 모르쇠 일관…위기자초한 에스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에스엠이 그간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창립초기부터 거래를 이어왔지만 이 회사 정체는 거의 불문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에스엠은 지난해 4월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가 크게 논란이 됐을 때도 “라이크 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은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과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창립 초기부터 지속돼 왔다”며 “계약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들의 자문을 득해 글로벌 동종 업계의 사례 등을 면밀히 비교 분석해 적정한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에스엠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닌 만큼 사익편취 규제조항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고, 기타 법률적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외주 프로듀싱에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흡수합병 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스엠과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불리는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내부 프로듀서들로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장과 비슷한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양현석 전 YG엔터 대표이사의 연봉은 8억4000만원이며, 박진영 JYP엔터 창의성총괄책임자는 5억 미만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받아간 자문료와 비교해 한참 적은 금액이다.

에스엠이 2000년 상장 이후 18년간 무배당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물론 무배당 정책으로 쌓은 유보금을 인수합병에 쏟아 부으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것이 에스엠의 성장 비결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엔터업계의 대장주로서 18년간이나 주주 이익을 외면한 것은 분명 지나치다.

주주서한이 쏘아올린 공, 지배구조 흔들까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서한을 계기로 에스엠 1인 지배체제의 경영성과가 심판대에 올랐다. KB운용의 지적대로 에스엠의 레스토랑, 와이너리, 리조트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운용은 “에스엠 이사회 스스로 경영에 대한 내부 통제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 지배체제의 한계와 과오를 지적했다.

그간 스타 프로듀서 1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 갖추지 못하면서 결국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

에스엠은 지난 20일 공식입장을 통해 “KB자산운용이 언급한 세부 항목들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선 에스엠 관련 계열사의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 7월 31일까지 상세히 알리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관련업계에서는 에스엠의 이 같은 반응이 사업구조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사회 소집까지 필요한 답변 시한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주주와의 상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크기획 합병과 배당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에스엠 지분은 19.04%로 20%를 밑돈다. 통상 대주주의 지분이 20%미만이면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것으로 본다. 만약 에스엠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따라 사업구조를 변경하게 되면 이 회장이 쥐고 있던 지배구조에도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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