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 특허침해 소송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 간 싸움에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3일 입장자료를 통해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경쟁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당사 핵심 인력에 대한 도를 넘은 채용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SK는) 2년 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갔다”면서 “적반하장 행위로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이들을 직무 분야에 투입해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LG화학은 “채용 과정에서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 분야의 인원을 공략해 입사지원을 적극 권유했다”며 “면접전형에서는 지원자의 업무 성과를 별도의 발표자료를 통해 상세히 제출하도록 요구했고, 지원자가 습득한 당사의 기술 및 노하우를 경쟁사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지원자들은 당사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지원서류에 상세히 기재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 백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다운로드 및 프린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사는 당사 비방 및 여론호도 등 적반하장격 행위들을 통해 소송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제기한 정당한 소송을 ‘국익훼손’이라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 임직원을 채용하면서 2차전지 핵심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는 내용이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30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만 할 뿐 구체적인 침해 내용을 밝히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을 했으나, 자사는 소송 목적도 명확히 특정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추석 명절 전에는 소장을 접수할 것”이라며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특허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소송 접수가 완료되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간 갈등이 맞소송전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4일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 자동차업체 아우디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와 합작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아우디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가 주로 배터리를 공급해 왔다.

아우디와 비야디는 언론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3위인 비야디는 최근 일본 도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일본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시장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공급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일본에 공장·발전소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판매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커 그간 해외 시장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내년 말 보조금 폐지에 대비해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SK이노와 LG화학 간 소송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어 합의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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