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술을 깨물며 구내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0.01.10.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 단행에 ‘윤석열 패싱’과 ‘항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박상기 장관 때도 사전에 검찰총장과 협의를 했었다는 내용이 10일 확인됐다.

전임 검찰총장 등 복수의 검찰 간부들은 “어떤 형태로든 총장과 장관은 사전에 의사소통을 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당·정은 일제히 항명으로 몰아세우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까지 검토중인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장 인사 절차 전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통보하는 내용은 △인사 대상자들의 복무평가 △인사에 대한 개략적인 구도 등 크게 2가지로 전해진다.

복무평가는 대상자의 인적사항부터 지금껏 거쳐 온 부서 등을 정리한 보직 관리, 동기 및 선후배들의 평가가 총망라된 인사 자료로 이른바 ‘블루북’(bluebook)이라 불리며, 개략적인 구도는 청와대에서 직접 총장에게 귀띔하는 경우도 있다.

장관과 총장의 독대 절차도 있다. 보안상의 문제로 법무부 검찰국장이나 대검 차장 등 참모진을 대동하지 않고 단둘이서만 법무부나 대검이 아닌 외부의 장소에서 만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런 절차가 통째로 생략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략적인 구도를 상의하기는커녕 승진 대상자들의 ‘블루북’도 오가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진 끝에 장관과 검찰총장의 만남은 불발됐다. 윤 총장이 의견 청취를 위해 법무부로 오라고 한 추 장관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추 장관은 “무려 6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윤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언급했다.

추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석열 항명’을,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에서는 ‘윤석열 패싱’ 인사임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추미애식 인사’에 대해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듣는다는 ‘쇼’를 한 것이지, 실제 내용을 들으려고 한 게 아니다”라며 “특히 총장 참모진인 대검 간부 인사가 총장의 의견 반영 없이 단행되는 경우는 검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정청은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일색이다. 최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검찰 반발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며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가능성이 거론됐고, 추 장관은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 행사를 위한 징계 근거 법령을 찾아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의견 제출 요청에 불응한 것이 검찰 사무 총괄자인 법무장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빌미를 제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감찰 관련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찰 및 징계 사유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형식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 이뤄지면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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