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에 버젓이 붙은 ‘FUKUSHIMA FACTORY’…수입사, 알고도 모른 척?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산 제품에 대한 불신과 공포심은 여전하다. 특히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 수산물의 경우는 2013년 9월부터 우리나라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수입 금지는 부당하다며 제소했지만, WTO가 최종적으로 한국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후쿠시마 산 제품의 위험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된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 먹거리가 아닌 엉뚱한 제품에서 후쿠시마 산 논란이 발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이 제품 중 일부를 후쿠시마 소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후쿠시마 공장에서 플라스틱 제품 생산소비자 공포감 느껴

홈페이지 일본해리앙쿠르 암초 표기일본기업 한계 드러내


무인양품은 실용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 1980년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로 출발해 생활잡화, 의류, 식품, 가구, 문구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점으로 거듭났다. 현재 28개국에서 3000억엔(약 3조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에서도 지난해 137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5.8%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플라스틱 제품군의 핵심 재료인 폴리프로필렌 공장이 후쿠시마에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서 불과 100㎞ 거리에 공장

무인양품은 지난해 4월 자사의 유튜브 채널인 ‘MUJIglobal’을 통해 한 편의 영상을 공개했다. 폴리프로필렌 공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담은 평범한 영상이다. 

▲ 무인양품에서 제작한 유튜브 홍보영상 첫 장면

 


문제는 영상의 존재가 한국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발생했다. 영상의 첫 장면에 버젓이 ‘니시시라카와 군, 후쿠시마’라는 자막으로 공장을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시시라카와군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113㎞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대구간 거리다.

무인양품의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이 공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었다가 복구됐다. 거리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는 의미다. 2년 전에는 후쿠시마에서 100㎞ 떨어진 모래 해변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Cs)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상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 공장은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를 사용해 각종 플라스틱 수납함, 필통, 물병 등을 생산한다. 무인양품이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이 공장에서 생산 중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후쿠시마 산 불신 확산

이 같은 사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무인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안전 이슈에 민감한 ‘맘카페’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은 “후쿠시마라고 당당히 적혀 있다니 짜증나네”, “이걸 보고 한숨이…뒤통수 맞은 느낌”, “이래서 일본 건 먹지도 사지도 가지도 말아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인양품 제품이 후쿠시마 및 인근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가 조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게시했다. 이 네티즌은 “최근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인근 8개 현(이와테 현 등)의 수산물 수입금지 무역분쟁에서 승리했는데요. 별도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생활용품이 후쿠시마 및 인근현의 원료로 만들어져 우리 생활에 침투해 있습니다”라며 무인양품의 플라스틱 제품군과 화장품에 대한 검역을 요청했다.

이 같은 논란이 즉각 ‘무인양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무인양품이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 성장세가 꺾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 여전한 ‘반일 정서’가 증폭될 여지도 있다. 일본기업인 무인양품으로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무대응 일관하는 무인양품

무인양품은 과거에도 한국 소비자의 반일 정서를 크게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2015년 롯데그룹의 상속 분쟁이 발생했을 때 롯데그룹의 국적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당시 무인양품도 덩달아 논란이 됐었는데, 롯데가 한국 내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무지코리아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무인양품의 한국 홈페이지 내 ‘매장정보’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리앙쿠르 암초는 1849년 프랑스의 포경선 리앙쿠르호가 동해에서 독도를 발견하면서 이 배의 이름을 따 리앙쿠르 암초라고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리앙쿠르 암초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다케시마로 부르려던 것을 우리나라의 반발에 중립적 명칭을 사용하자는 핑계로 국제사회에 퍼뜨린 용어이기도 하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무인양품 측은 “현재 해당 내용을 일본측에다 변경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곧 수정하겠다”고 말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어때, 녹십자셀 등 국내 업체들이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 등으로 표기한 구글 지도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뭇매를 맞고 발 빠르게 수정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무인양품은 후쿠시마 산 논란에서도 일본기업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월요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무인양품 관계자는 “후쿠시마현 니시시라카와 군은 현재까지 방사능오염으로 인한 대피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지금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영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생산 및 세계 각국지역에서의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법률을 준수할 것이며 공식적인 입장은 일본 본사와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후쿠시마산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후쿠시마 산 제품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2004년 처음 한국에 입점한 무인양품은 이후 매년 매출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은 무인양품이 일본기업임을 각인하게 된다. 일본적인 정서를 브랜드로 판매해온 회사가 일본기업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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