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적자 쿠팡의 광폭 행보…‘공공의 적 될라’

최근 발생한 쿠팡의 전 품목 품절 사태는 단기간 급성장한 기업이 리스크 관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0년 작은 소셜커머스 회사로 출발한 쿠팡은 롯데‧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을 넘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이번 일로 커진 몸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하게 됐다.

쿠팡이 겪고 있는 문제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쿠팡에도 불똥이 튀었다. 쿠팡이 일본 기업으로 부터 막대한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한 사실이 새삼 주목 받아서다. 일각에서는 “쿠팡은 일본기업이다”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급성장에 따른 파열음은 곳곳에서 세어 나온다. 납품업체와의 마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다가, 최근 시범운영 중인 음식 배달 서비스 때문에 경쟁업체로 부터 제소되기도 했다.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과의 교섭도 답보상태다.

잇단 악재로 연간 1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전산 오류로 전 상품 구매불가…초유의 판매중단 사태
발전동력 일본발 투자금, 일본제품 불매 운동 불씨되나

지난 24일 쿠팡의 모바일앱과 웹페이지에서 모든 상품 재고가 ‘0’으로 표시돼 주문과 구매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쿠팡 측은 오후 1시가 돼서야 입장을 내고 “쿠팡의 재고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로 현재 주문과 구매가 정상화 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오류가 완전히 복구된 것은 오후 5시께로 알려졌다.

전대미문의 재고 시스템 오류 사태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10시간가량 이어진 ‘품절 대란’이 초유의 사태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회사가 약 4시간 동안 전혀 주문을 받지 못하게 된 사태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대처는 더 안 좋았다는 평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회사에서 주문이 안 된다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6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를 했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크게 당황해서 대처를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쿠팡이 주문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점도 문제다. 쿠팡이 줄곧 “우리는 정보기술(IT) 회사다”라고 강조해온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사이트는 정상화됐지만 품절사태의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이날 반나절 넘게 주문 접수가 안되면서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피해가 컸는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4조원이 넘는 것을 감안했을 때 4~5시간 주문 중단으로 피해규모는 최소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서울경제의 보도에서 “전날 하루 동안 발생한 상품광고 클릭에 대해서는 광고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며 “최대한 판매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매운동 불통 튈까 전전긍긍
이번 사태로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최근 확산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쿠팡이 일본기업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소비자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쿠팡은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약 3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이유로 일본 기업으로 몰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로 부터 막대한 투자 지원을 받고 있다. SVF는 2015년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추가로 20억달러(2조26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쿠팡은 2015년 매출 1조1338억원을 달성했고, 2017년에는 2조6814억원, 2018년에는 4조4147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쿠팡을 탈퇴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쿠팡의 최대주주는 일본이고, 1조원대 적자에도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한국 유통 시장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면서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기업”이라고 밝혔다.

쿠팡 측 주장대로 일본 기업에 투자받았다고 해서 일본 기업으로 모는 것은 분명 억측이다. 하지만 불매운동 자체가 소비자가 보여주는 일종의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쿠팡의 불안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공공의 적’ 된 쿠팡
같은 유통업계 내에서도 쿠팡을 보는 시각이 달갑지 만은 않다.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쿠팡이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급성장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가 쿠팡이 납품업체를 겁박해 자사의 최저가 할인행사를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제품을 일방적으로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하는 등 손해를 협력 업체에 떠넘겼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쿠팡이 신규 음식 배달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자사 가맹업주들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독점 계약을 맺으면 수천만원의 현금 보상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공정위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달에만 총 3건 제소되는 등 관련 업계의 견제가 집중되면서, 쿠팡이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경쟁‧협력 업체들과의 관계 정리가 매끄럽지 못 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쿠팡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들 노동조합은 업무량 급증에 따른 실질적 임금개선과 비정규 인력의 정규직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1년 동안 노조와 20회 안팎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쿠팡은 지난해 1조9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누적된 적자는 3조원에 이른다. 쿠팡 측은 ‘계획된 적자’라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 언제까지 광폭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한 이커머스 트래픽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트래픽 1위를 달리던 쿠팡은 최근 11번가에 선두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쿠팡, 뉴시스)

 

 

 

저작권자 © 팩트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