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싸고 수년간 이어져 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

법원이 ‘포자(spore) 감정’을 개시하고 감정인 및 기관을 선정한 것이다. 이로써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무단 도용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법정서 열린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포자 감정인 신문 및 세부적인 감정 기준을 설정했다.

대웅에서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마이클 팝오프 박사를 감정인으로 선정했고, 메디톡스는 서울대 박주홍 교수를 감정인으로, 마크로젠을 감정기관으로 내세웠다.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자사의 메디톡신 원료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전직자로부터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받았느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균주 및 생산방법이 메디톡스로부터 유출된 것이냐가 주요 쟁점이다. 메디톡스는 2014년 출시된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먼저 나온 자사의 메디톡신 균주와 흡사하고 공개된 균주 염기서열 역시 99.99% 동일해 자사 균주가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업기밀이라며 균주 공개를 거부하던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포자 감정으로 가려보자는 재판부의 제안을 수용했다.

‘홀A하이퍼’라는 이름의 메디톡스 균주는 어떤 경우에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아, 대웅제약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하면 유출 여부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포자란 균류가 만들어내는 생식세포이고, 포자 감정이란 포자 생성 여부에 대한 감정이다.

포자 감정에는 약 1~2개월 소요되지만,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세부 기준을 세우고 해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감정 결과에 따라 두 업체가 수년간 이어온 균주 논쟁은 변곡점을 맞는다.

포자 감정은 학계에서 인정하는 기준으로, 나보타에서 포자가 형성된다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친 게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만에 하나 나보타에서 균주가 형성 안 된다면 염기서열까지 분석해야 하겠지만, 형성된다면 서로 다른 균주로 판별되기 때문에 염기서열 분석은 의미 없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매우 자신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포자 감정에 이어 염기서열 분석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포자 감정이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염기서열 분석까지 하면 더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결과가 동일한 내용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진행되는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메디톡스가 미국 ITC에 제소, 현재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균주 정보‧서류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ITC는 포자 감정뿐 아니라 염기서열 분석까지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대웅제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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