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거론됐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정호 회장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며, 경영권 승계를 받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숙부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 방언을 위해서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조정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전업 금융그룹으로 앞으로도 금융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백기사나 흑기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철저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조정호 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대신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이처럼 한진그룹 경영 문제와 관련해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이 있는 상황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 뿐만 아니라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 개인 자격으로도 제도적으로 한진칼에 투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24조는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김 부회장은 “선대 회장이 창립한 기업이어서 조정호 회장도 당연히 한진그룹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도 “그것은 선대 회장에 대한 마음일 뿐 현실적으로 투자 의사 결정과는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 조정호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선 그은 메리츠그룹, 한진그룹 앞날은?

조 회장이 별세가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사실 한진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가장 크게 문제가 돼는 것은 바로 ‘상속세’다. 조 사장이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내야하는 상속세가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칼 지분 13.4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 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뒤 맥기사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따라서 숙부인 조정호 회장이 조카인 조 사장을 돕는 백기사로 나서고,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가 한진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경제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과 관련해서 일말의 관여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더욱이 조정호 회장은 조 사장을 돕기 위해서 다른 우호적 투자자를 설득하는 등의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정호 회장이 중립선언을 함에 따라서, 조 사장은 대한항공과 협력 관계사인 미국 델타항공 등 외국 기업이나 금융사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팩트인뉴스 / 정다운 기자 factinnews@factinnews.co.kr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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