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한폐렴 빌미로 혈세 쏟아 부을 생각 버려야”…하루 만에 뒤바뀐 입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강타하며 TK(대구·경북)지역에 텃밭을 둔 보수정당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우한폐렴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국민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예산과 입법 등 국회 차원의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 예비비든 추경이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대규모 재정정책에 협조적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TK지역이 보수진영의 텃밭인 만큼 미래통합당이 앞장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여론 안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우한폐렴의 위기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상대 정치세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말꼬리를 잡는 낡은 정치는 지금 절대 금물”이라 강조했다.
이어 “선거운동용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지원이 시급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여당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황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예산을 푸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우한폐렴을 빌미 삼아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당장 접어야 한다”며 “이제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입장 발표에 앞서 일단 예비비를 통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더불어민주당도 추경 편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과 관련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요일 쯤 고위당정회의가 있으니 그 때 논의될텐데 추경을 한다, 안한다 이런 표현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추경을)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야당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은 코로나19 긴급 추경예산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예비비만으로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추경을 편성할 경우 ‘총선용 선심예산’, ‘포퓰리즘’ 등 야권의 비판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31번 확진자로 인해 대구와 신천지 교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이틀 만에 기존의 세 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추경 논의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총 204명으로 지난 17일 30명, 18일 31명(전일대비 +1)에서 19일 46명(+15), 20일 104(+58)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슈퍼전파자로 불리는 31번 확진자는 신천지 교도로, 신천지 대구교회 집회 등에 참석하며 집단 감염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