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한폐렴 빌미로 혈세 쏟아 부을 생각 버려야”…하루 만에 뒤바뀐 입장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2.20.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강타하며 TK(대구·경북)지역에 텃밭을 둔 보수정당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우한폐렴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국민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예산과 입법 등 국회 차원의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 예비비든 추경이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에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대규모 재정정책에 협조적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TK지역이 보수진영의 텃밭인 만큼 미래통합당이 앞장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여론 안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우한폐렴의 위기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상대 정치세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말꼬리를 잡는 낡은 정치는 지금 절대 금물”이라 강조했다.

이어 “선거운동용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지원이 시급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여당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21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0.02.21. (사진=뉴시스)

전날까지만 해도 황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예산을 푸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우한폐렴을 빌미 삼아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당장 접어야 한다”며 “이제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입장 발표에 앞서 일단 예비비를 통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더불어민주당도 추경 편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과 관련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요일 쯤 고위당정회의가 있으니 그 때 논의될텐데 추경을 한다, 안한다 이런 표현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추경을)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야당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은 코로나19 긴급 추경예산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예비비만으로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추경을 편성할 경우 ‘총선용 선심예산’, ‘포퓰리즘’ 등 야권의 비판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31번 확진자로 인해 대구와 신천지 교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이틀 만에 기존의 세 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추경 논의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총 204명으로 지난 17일 30명, 18일 31명(전일대비 +1)에서 19일 46명(+15), 20일 104(+58)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슈퍼전파자로 불리는 31번 확진자는 신천지 교도로, 신천지 대구교회 집회 등에 참석하며 집단 감염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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