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 = 박세현 기자]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이 화두로 부상하자 전문가들은 해외 화폐개혁 성공사례를 들며 구권과 신권 교환을 ‘익명’으로, 또 ‘10년 이상 장기간’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폐개혁은 유럽 모델을 따르라

유럽 모델은 화폐개혁의 성공적인 예로 지명된다. 2002년 1월 1일 유로화가 화폐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원국들에게 10년 이상, 혹은 무기한으로 기존 화폐와 유로화간 교환이 가능하게 하면서 화폐변경을 진행했다. 

유로화는 1999년 1월 1일 출범해 3년 동안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은행, 상품가격표시 등에서 ‘장부상 통화’로만 존재하다 2002년 1월 1일부터 실제 화폐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EU 회원국 국민들이 유로화를 새 통화로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적응기간을 준 것이다. 

기존통화에서 유로화로 교환할 수 있는 기간도 넉넉히 주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핀란드, 그리스 등은 각각 유로화를 도입한 뒤 10년동안(2002년 1월 1일~2012년 2·3월)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20년, 네덜란드에는 30년의 기간을 줬다. 독일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화폐 교환 기간을 ‘무기한’으로 뒀다. 

이 같은 노력에 유로화 화폐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은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급진적인 화폐개혁으로 충격을 받았던 인도

2016년 화폐 개혁을 실시한 인도 사례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화폐 가치를 재설정하지 않아 리디노미네이션으로 불릴 수는 없지만, 구권에서 신권으로 교환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로 보인다. 

인도는 2016년 11월 8일 밤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 유통을 당일 자정 금지하고, 구권을 대체할 500루피와 2000루피 신권을 이틀 뒤인 10일부터 통용하게 했다. 

또 구권과 신권의 교환에 대해서도 인도는 교환 가능 기간을 고작 50여일(2016년 11월 8일~12월 30일)로 제한했다.

이 기간 내로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하거나 은행계좌에 예치하지 않으면 구권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25만루피(원화기준 410만원) 이상 구권이 입금된 은행계좌는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30% 세금과 200%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인도 경제는 급진적인 화폐개혁으로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현금부족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휴지·커피와 같은 소비재와 자동차 같은 내구재, 부동산 거래도 위축됐다. 화폐개혁 바로 다음 해인 2017년 인도 경제성장률은 0.4~3.3%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팩트인뉴스 / 박세현 기자 factinnews@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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