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거래액 4천억 돌파…넉달만에 20배 ‘껑충’
업계“밑 빠진 독에 물붓기…괴리율 보고 판단해야"

▲미국 텍사스주 룰링에서 작업 중인 오일펌프.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한 가운데, 원유 ETN(상장지수증권)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비이성적인 열풍이 불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손실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123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전인 작년 12월 일평균 거래규모(207억원)보다 무려 20배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58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후 투자자가 몰리면서 3월 1243억원으로 증가했고, 4월에는 4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ETN 시장 설립(2014년 11월)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 투자자들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ETN에 몰린 탓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6일 ETN 하루 거래대금은 8950억원으로 일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원유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거래대금은 무려 8551억원으로 ETN 거래대금의 대부분이 원유 선물 연계 ETN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거래가 몰리면서 원유 ETN이 지표가치와 동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 지표가치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WTI 선물 ETN 및 ETF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위험’ 등급 경보를 발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거래소가 단일가 매매와 매매정지라는 특단의 대응책을 내놓았고, 발행사와 판매사도 투자경고를 여러 차례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ETP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과열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이성적인 열풍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오히려 투자자들의 손실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원유 ETP(ETF, ETN) 상품의 괴리율(ETN의 지표가치와 시장의 가격 차)이 과도하게 벌어지거나 기초자산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시장가격만 보고 투자할 게 아닌 괴리율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팩트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