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아성이 연이은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벤조피렌 파동이 가시기도 전에 알짜 사업인 제주삼다수의 위탁 판매권까지 잃게 됐다. 농심의 손에 있던 제주삼다수의 독점 판매권은 다음 달 15일부터 광동제약으로 옮겨간다.


오재윤 제주도개발공사장은 1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결과 농심과의 제주삼다수 위탁판매 협약이 1214일부로 종료된다""앞으로 SMS와 대형할인마트는 도개발공사가 직영하고, 국내 유통은 이미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광동제약이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농심과 도개발공사는 삼다수의 위탁판매 계약을 놓고 날선 공방을 펼쳐왔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3월 도개발공사가 광동제약을 위탁판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농심이 무효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루미콘 강을 건넜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달 31일 농심이 삼다수 생산업체인 제주도개발공사를 상대로 낸 중재신청에서 농심이 원할 경우 영구적으로 계약관계를 유지하도록 한 삼다수 판매협약은 부당하다며 계약 자동 연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판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단심제로 항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농심은 지난 199712월 도개발공사와 판매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공을 들여온 삼다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1215일부터 생수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다수의 국내 유통권은 비타500’, ‘옥수수 수염차등의 히트 브랜드를 지닌 광동제약 손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른 농심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19700억원 가운데 1900여억원을 제주삼다수로 올렸다. 무려 10%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너구리의 벤조피렌 검출 파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음료 제품 판매의 77%를 차지하는 삼다수를 놓친 농심은 매출에서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심제인 중재원의 판단에 더 이상 손쓸 길이 없는 농심은 우선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삼다수가 음료 제품 판매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매출면에서 타격이 예상된다면서도 새롭게 출시 준비 중인 백두산 화산광천수를 빠르면 다음 달부터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절치부심으로 새로운 생수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이다. 농심은 현재 중국에서 백산수라는 브랜드로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아직 국내 판매 브랜드 명칭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농심은 지난 2010년 중국 길림성에 국제적 첨단장비를 갖춘 먹는 생수 생산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농심은 또 커피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시장에서 농심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은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커피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제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기호식품인 커피에 건강 기능을 접목한 기능성 커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고 전했다.


웰치, 카프리썬, V8, 파워O2 등을 보유한 농심은 백두산 화산광천수와 기능성 커피 신규 진출로 음료사업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이 이처럼 악재의 돌파구로 음료시장 확대를 택한 배경에는 삼다수 판매권을 놓친 것과 함께 벤조피렌 파동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갑자기 불어닥친 하얀 국물 라면 열풍도 견뎌내며 라면시장의 철옹성을 지켜왔지만, 너구리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간 삼다수를 제외하고 음료시장에선 큰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농심이 음료사업 확대의 필요성을 여실이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식품의약안전청은 너구리 등 일부 제품에서 발견된 벤조피렌의 양이 미미해 회수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국감에서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입장을 바꿔 회수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식약청 결정 이후 해외에서도 농심 라면에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농심은 미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대만 등 80여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만 4억달러 이상 수출했다. 하지만 벤조피렌 파동이 해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농심의 라면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처럼 힘겨운 2012년을 보내고 있는 농심은 발빠르게 음료시장 확대로 수성에 나섰지만 악재로 인해 하락한 매출을 새로운 브랜드로 당장 메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게다가 아직도 악재의 기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올초 라면값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농심은 지난 8월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이 소송에서 농심이 패하게 되면 지난 9월 금융사로부터 단기차입금을 긴급수혈해 납부한 과징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농심에 끝까지 삼재가 겹칠지 아니면 그간의 악재를 털어버리고 농심이 아성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결국 삼다수 유통을 놓고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가 벌인 지리한 법정 싸움은 도개발공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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