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국 여배우 '앤드리아 리즈보로'./사진= '섀도우 댄서' 예고편


앤드리아 리즈보로(32)라는 낯선 이름의 영국인이 20여일 사이 영화 세 편으로 극장가를 점령했다. 328일 개봉한 영국영화 섀도우 댄서’, 11일 개봉한 할리우드 SF ‘오블리비언’, 18일 개봉하는 영국 액션스릴러 테이크다운’(Welcome to the Punch)에 잇따라 등장한다.


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여우다. 투명해보일 정도로 얇고 흰 피부, 적갈색 머리와 커다란 청회색 눈동자가 기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눈빛과 미세한 얼굴근육의 움직임 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흐리고 습기찬 날씨 덕에 깨끗한 피부를 지닌 아름다운 영국여인에게 붙이는 영국장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81년 위틀리베이라는 영국의 작은 바닷가 도시에서 노동자계급 대처주의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리즈보로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무대에 섰고, 2005년 런던 로열연극아카데미(왕립극예술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교는 배우 비비언 리,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등이 다닌 1904년 세워진 명문 드라마 스쿨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성에서 알 수 있듯 영국의 연극전통과 맞물린 연기교육으로 유명한 곳이다.
본격적인 필모그래피는 2005년 시작된다. 주로 연극무대와 TV에 출연했다.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온 그녀는 2008년 얼마 전 타계한 매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를 연기하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TV영화 매거릿 대처: 핀칠리로의 긴 걸음의 타이틀롤로 영국영화텔레비전예술협회(Bafta)가 주는 TV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11년 팝 슈터스타 마돈나가 연출한 ‘W.E’에서 에드워드 8세의 영국 왕위를 버리게 한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을 연기해 할리우드필름페스티벌 스포트라이트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슈팅스타상(신인배우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됐다.
리즈보로의 연약한 아름다움 섀도우 댄서
지난해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인 섀도우 댄서’(감독 제임스 마시)는 리즈보로에게 영국독립영화제 최우수여우상 등 여러 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리즈보로의 가녀리면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낸, 리즈보로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리즈보로가 연기하는 콜레트는 싱글맘이면서 IRA(아일랜드공화국군) 소속 테러리스트다. 런던 지하철에 폭탄을 설치하고 도망치던 중 MI5(영국국내정보부)에게 잡히면서 아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첩자노릇을 하게 된다. 과격한 테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서질 듯 섬약한 이미지의 여성이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벗자 팔에 정보부 요원들에게 연행될 때 잡혀 생긴 퍼런 멍자국이 손도장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다.
20년 전 대신 심부름을 보낸 남동생이 IRA군과 영국정부군의 교전 중 총을 맞아 사망한 트라우마를 지닌 콜레트는 운명적으로 테러리스트로 살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버거운 운명을 지닌 여인의 초상을 표정 만으로도 훌륭하게 그려낸다. 시종일관 힘겨우면서도 숙명에 끌려가듯 순응할 수밖에 없는 콜레트의 고뇌에 찬 얼굴을 엿볼 수 있다.
리즈보로의 몸매를 드러낸 오블리비언
월드스타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춘 오블리비언’(감독 조셉 코신스키)의 전반부는 리즈보로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몸매에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외계인 침공 뒤 멸망한 지구에 잭(톰 크루즈)과 둘이 남아 정찰용 스카이타워를 운용하는 빅토리아 역이다. 5년 전 기억을 삭제당한 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다.
리즈보로가 풍기는 신비로운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테이크 쉘터’, ‘헬프’, ‘제로 다크서티등에 출연한 붉은머리 미국 여배우 제시카 채스테인(36)을 떠올리게 한다. 채스테인이 본래 빅토리아 역을 맡기로 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다. 채스테인은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다크서티와 스케줄이 겹치자 SF대작 오블리비언을 포기했다.
덕분에 빅토리아 역은 영국식 액센트를 가진, 한결 이국적인 분위기의 리즈보로에게 돌아갔다. 스카이타워에서 컨트롤 제어판을 조정하는 리즈보로의 옆모습은 마치 그리스 조각상 같다. 반듯한 콧날이 인상적이다. 혹시 인조인간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절제된 표정으로 깔끔한 원피스 제복을 차려입고 군살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를 뽐낸다.
리즈보로가 대찬 형사로 분한 테이크다운
영국의 신예 에런 크리비 감독이 창조한 런던 누아르 테이크다운에서 리즈보로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제임스 맥어보이(형사 맥스 르윈스크 역), 마크 스트롱(거물 범죄자 제이콥 스턴우드 역) 등 남성연기자들 위주의 액션스릴러에서 홍일점 역이다.
외모는 가냘 퍼 보이지만 그 안에 강인함을 숨기고 있는 새내기 여형사 새러 호크스 역이다. 미인계를 쓸 정도로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일으키지만 열정과 대범함을 모두 지닌 타고난 형사다. 제이콥에 대한 맥스의 트라우마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그를 돕는 따뜻한 감성도 갖고 있다. 파트너인 맥스와는 미묘한 감정을 나누고 있지만 일과 분리하기 위해서인지 그의 키스를 거부한다.
결국, 복잡한 역학관계에서 희생당해 맥스의 분노와 복수심을 불타오르게 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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