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7명 '잔류'…미수금 때문

▲ 개성공단에서 43명이 7시간이나 늦게 귀환했다. 50명 중 나머지 7명은 미수금 문제로 현재 北에 남아있는 상태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체류인원 43명이 30일 밤 1230분께 차량 42대에 나눠 타고 무사 귀환했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 마지막 인원 43명이 차량 42대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을 출발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남측인력 귀환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7시간 이상 지연됐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인원 50명은 전날 오후 5시에 귀환할 예정이었다.
남북출입사무소 관계자들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 법인장 등에 따르면 7시간이나 입경이 지체된 최대 원인은 차량과 물품 반입이 때문이다.
당초 기업인들은 차량에 최대한 완제품과 자재 등을 실어 남측으로 귀환할 계획이었다. 당초 50명의 귀환 인원 중 차량이 47대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재 북측에는 완제품와 원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말제조업체에 근무하는 한 부장급 인사는 "우리 회사 물건이 엄청나게 개성에 남아있다""모든 기업들이 적게는 트럭으로 10대에서 20여대씩 물건을 남겨 놨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경우 완제품 양말만 11t 분량이 고스란히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측에서 임금 등의 미수금을 이유로 물품의 반입을 가로막았다. 3월 임금과 세금 등을 정산하라는 요구였다. 북에 내줘야할 3월 임금은 약 800만 달러(88)에 달한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정당하지만 수용하지 못할 요구"라고 설명했다. 한 법인장은 "3월에는 정상적으로 근무를 했으니까 임금을 줘야하는 것이 맞다""이 요구 자체는 정당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지금 이걸 줄 수 있냐는 것"이라며 "사태를 이 지경으로 우리를 거지로 만들어놨는데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다"고 분노했다.
당초 체류 인원들은 47대의 차량에 짐을 가득 싣고 입경을 기다렸지만 북측이 물품반입을 거부하자 차량에서 다시 짐을 내리면서 점점 시간이 지체됐다.
북측이 다시 차량과 물품 반입을 허용한 것은 오후 9시께였다. 남측 인원들이 남아서 미수급 등을 협의할 테니 일단 차량과 물품 귀환을 허용하라는 설득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남측 법인장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인질을 자처한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업인은 "잔류 인원 7명이 남아서 임금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한 게 아닐까 싶다""우리 측에서 당장 물품을 싣고 말고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 우리가 남아서 더 협상하겠다고 설득했고 북측도 어느 정도 이를 수긍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때서야 남측 인원들이 부랴부랴 차량에 짐을 다시 실었고, 1150분께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귀환하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잔류한 7명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심적 부담이 심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27, 26일만에 입경했다는 한 기업인은 "개성에 있는 동안 심적 부담이 엄청났다""북한 군인들이 아침마다 무장을 하고 구보를 하는데 2명이 하던 것을 4명으로 늘리는 등 위화감을 조성하더라"고 현지의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업인은 "갑자기 작업복을 입고 있던 북한 직원들이 철모를 쓰고 있었다""멋있다고 농담을 건네자 정색하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의를 줬다. 그는 "나중에는 북한 측 경비인력까지 무서워지고 부담이 됐었다"고 토로하며 "남아있는 사람들의 부담이 정말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법인장 오모씨는 "지금 기업마다 절박한 심정"이라며 "협력업체도 어려운데 서로 사정을 아니까 험악하게 대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찾아와서 울고불고 사정하는 협력 업체부터 결제 등을 조금씩 해결해주고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7명이 잔류한 것에 대해 오씨는 "50명이 전원 철수한 것보다 나은 상황이긴 하다""실끈이라도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허탈하게 웃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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