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살인죄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지적

▲ 사진=뉴시스
[팩트인뉴스=김철우 기자]법원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4명에 대해 살인죄를 입증할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무죄로 선고했다. 이에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징역 36년을, 1등 항해사 강모(42)씨에 대해 징역 20, 2등 항해사 김모(47)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기관장 박모(53)씨에게는 징역 30년을 내렸다.
재판부가 승객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이들 4명에게 검찰이 적용한 (승객)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임정엽 부장판사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해야 한다""교신 내용, 피고인 이준석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 지시를 한 사실,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에 비춰 피고인들이 승객들의 사망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살인죄 적용할 입증 못했다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에 대한 살인죄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판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공소 사실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살인죄에 대한 검찰의 구체적인 사실 입증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특히 살인죄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이 선장의 퇴선 방송 지시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손을 들었다. 이 선장과 1등 항해사 강씨, 2등 항해사 김씨는 '무전으로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퇴선 방송 지시 시점에 대해 각기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선장 등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퇴선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세월호 승객들과 기관부 선원들의 진술, 사고 당시 대기 방송을 했던 안내데스크 매니저 강모씨의 '퇴선 방송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을 증거로 들었다.
그러나 검찰이 증인으로 채택한 매니저 강씨의 진술이 오히려 믿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강씨가 2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번복한 점, 강씨가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방송을 한 시점과 2등 항해사 김씨가 진도VTS로부터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시점이 거의 유사한 점, 강씨의 일부 진술이 사실과 다른 점 등으로 미뤄 "강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 선장 등이 '퇴선 방송 지시를 했다'고 입을 맞췄다면 서로 다른 내용이 아닌 같은 내용을 진술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재판부는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동료 버린 기관장, 일부 살인죄인정
다만 부상을 당한 동료 승무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퇴선한 뒤 해경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았던 기관장 박씨에 대해서는 일부 살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동료들의)사망 결과를 인식하고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부실한 수사를 바탕으로 이 선장 등에 대해 살인죄 무리하게 적용해 기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검찰이 적용했던 수난구호법위반,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 혐의는 "법령의 해석상 조난된 선박의 선원들인 피고인들에 대해 적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선장의 경우 살인죄와 예비적으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두번째 예비적 죄명인 유기치사·상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또한 항해사 2명은 살인죄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유기치사·상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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