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한준호 기자]미국 공화당의 권력서열 1위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10일(현지시간) 자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AP 통신과 주요언론에 따르면 라이언 의장은 이날 동료 하원의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를 통해 현재도 미래에도 트럼프를 방어할 의향이 없다면서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아울러 의원들에게도 “각자 지역구에서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집중하라”며 대선보다 각자 지역구 선거 승리를 위해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전화회의에 참여한 한 의원에 따르면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그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앞으로 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돕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와 함께 유세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라이언 의장은 실제 지난 주말 본인의 지역구에서 트럼프와 함께 공동유세를 계획했으나,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7일 천하고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과시하는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폭로한 직후 그의 초청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은 앞서 해당 녹음파일에 대해 “오늘 들은 말에 구역질이 난다”고 비난하면서 “트럼프가 이 상황을 진지하게 대처하고, 여성에 대한 더 큰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라이언 의장은 그간 트럼프가 히스패닉이나 무슬림을 조준한 차별 발언을 할 때마다 “미국의 가치에 맞지 않고 공화당의 원칙과도 배치된다”며 지속적으로 트럼프에게 경고해 왔다.


라이언 의장이 이렇듯 사실상 트럼프를 끊어 낸 것은 대선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앞으로는 대선과 함께 진행되는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당을 살리고 차기 대선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길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같은 날 공개된 NBC뉴스와 윌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10월8~9일·500명)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46%로 집계되 35%에 머문 트럼프와 11%포인트 격차를 냈다. 이 매체의 전월 16일 집계에서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제3당 후보를 제외한 클린턴과 트럼프의 양자간 맞대결 구도에서 지지율 격차는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52%, 38%로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미 언론 중 대다수가 현재 클린턴의 승리를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자칫 ‘트럼프 역풍’에 고지를 탈환당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연방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상·하원 중 한 곳, 혹은 최악의 경우 두 곳 모두 다수당의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무차별적인 여성·인종·종교차별 발언을 남발한 것 때문에 상·하원 선거도 위험한 상황이 됐다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에게 등 돌린 라이언 의장을 향해 트위터를 통해 “예산과 일자리, 불법 이민 등을 다루는 데 시간을 쏟아야지, 공화당 대선후보와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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