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이병주 기자]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 중 하나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대한 열풍이 서서히 민간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장 생산라인에 정규직원 ‘0’(제로)인 되레 시대를 역행 중인 회사가 있다.


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 그간 대한민국 노동사회에 고통을 안겨온 비정규직 폐단에 대한 해결 기조가 조성됐다는 평가에 반해 인천 송도 소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이하 만도헬라)’의 비정상적 고용구조에 따른 원청의 책임 문제가 노동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만도헬라 노조, 지난달 30일 파업 돌입…원청, 대체인력 투입


14일 금속노조 등 노동계에 따르면 만도헬라는 지난 2008년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와 독일계 기업 헬라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자동차 부품업체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감지센서와 전자제어장치 등 각종 부품을 제작, 현대·기아차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3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만도헬라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탱한 공장 생산라인은 ‘100%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만도헬라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직원들로, 노동계 일각에선 이 공장을 두고 가혹한 근로조건과 환경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죽음의 공장’으로 일컫기도 한다.


원청인 만도헬라 측이 고용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극단적인 간접고용 전략을 펼친 데 따른 비정규직의 장시간 근무 일상화와 정규직과 차별 등의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총 345명에 달하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2주 단위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는 근로 현장에서 ‘특별근무’로 불린 근무시간 이외 노동을 일상처럼 강요받고 있다.


이들을 감독하는 30명 수준의 정규직 직원들은 이 같은 특근 참여자 수를 꾸준히 체크하고 특근에 누락한 직원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따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상에 포함되면 해고당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만큼, 일일 1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무에 한 달 기준 1~2일 쉬는 게 일상화된 상태다. 이들의 월급은 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청 소속 정규직과의 차별도 심하다. 비정규직의 경우 이 같은 장시간 노동에도 정규직 직원 연봉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종합검진과 학자금 등 각종 복리후생의 대상에도 제외됐다.


결국 이들은 장시간 잔업과 턱없이 낮은 임금에 반발해 올해 2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직지회를 꾸려 활동을 개시했으나 ‘노조 활동’ 자체가 쉽지 않았다.


교섭 상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쉘코아 등 하청업체와 임금인상과 관련, 15차에 달하는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지회 측은 하청업체들이 원청을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근로환경 전반에 대한 결정권은 만도헬라에 있다는 이유로 원청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만도헬라 측이 직접적 고용관계가 아님을 이유로 거부, 지회는 지난 3월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노동계, ‘100% 비정규직’ 고용형태…“원청의 책임회피 수단 악용”


또 지회가 이 같은 이유로 지난달 30일 파업에 들어간 직후 원청은 새로 뽑은 단기계약직 근로자들을 생산 현장에 투입했다.


이처럼 노조의 쟁의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행위는 노조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는 직접고용주인 하청업체에 해당해 원청인 만도헬라 측엔 적용되지 않는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또 다른 하청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은 지회와의 교섭 과정에서 전환배치 인사발령을 하는 한편, 기존 2조2교대를 3조2교대로 변경했다. 당시 노조 동의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측은 사용자가 이렇게 신설된 지원조·대기조에 노조의 핵심 간부 대다수를 인사발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조를 약화시키려 한 의도라며 반발했다.


노동계에선 이 같은 만도헬라 측의 고용 행태와 관련, 지휘·감독에 따른 책임 회피를 최우선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 뒤로 숨어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외면하고 있음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회피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이처럼 사내하청이 극단화돼 나타난 비정상적 ‘정규직 제로’ 공장과 관련, 지난해 12월 수원지법은 현대위아 공장 하청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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