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이병주 기자]지난해 5월 1일 ‘노동절 참사’로 기억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산업재해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사고명단 자체에서 누락되는 등 사실상 방치돼온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사고 당시 사망자 6명을 포함, 부상자는 수십 명에 달했고 당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까지 나서 사과 의사를 밝히는 등 지난해 한국 사회의 엄중한 사안 중 하나로 평가됐다.


그러나 하청-재하청이란 다단계 구조적 문제, 법적 절차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사고 피해자가 자비를 들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절 참사…피해자 ‘산재 불승인’ 논란


1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남지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일부 노동자들이 재해를 당하고도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실제 사고로 부상을 당했음에도 사고 명단 자체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조차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불의의 사고에 휘말린 A씨의 경우 사고 과정에서 끊어진 와이어가 다리를 강타, 이로 인한 부상으로 수개월 간 치료함과 동시에 사고에 따른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민변 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노동자가 아니란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했다. 그간 노동계로부터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위험의 외주화 논란’의 물량팀 팀장이란 A씨 지위에 따른 공단 결정이었던 셈이다.


원청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물량팀에 일감을 할당해주고, 물량팀은 해당 일감을 처리해 5~10명 규모의 팀원에게 일당 등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 하청업체는 물량팀에 일을 주면서 각종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결국 물량팀은 더 위험하고 힘든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책임을 떠안게 되는 ‘위험의 외주화’ 끝자락에 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A씨는 하청업체 물량팀장 직위에 따라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주로 봐야 한다는 게 근로복지공단 논리다.


하지만 A씨는 하청업체 감독 하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해왔으며, 이 업체가 사업자등록증을 내야 일거리를 주겠다고 요구해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해당업체는 사고 이후 A씨를 찾아 ‘사고 전날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내용을 담은 도급계약서 작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불편한 몸으로 치료받지 못한 채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산재 신청을 청구했으나 노동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 통보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0월 하청업체와 A씨가 도급계약을 맺었고, 팀원에 대한 물량팀의 임금 지급 형태 등을 이유로 A씨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산재신청을 기각했다.


노동계, “물량팀 문제 결국 위장도급 사안에 직결”


이와 관련, 산추련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물량팀 문제는 결국 기업의 비용 증가를 하청업체를 거쳐 일선 노동자에게 단계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기형적 고용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이른바 물량팀장들에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압박, 표면적· 외형적 도급관계를 위장했으며, 결국 실제 고용구조와 근로조건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어 “노동 당국은 이제라도 조선 산업에 있어 위장도급, 이른바 물량팀의 문제에 대해 묵인을 중단해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절실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조선 산업과 그 노동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해당사고로 부상을 입고도 치료받지 못했다는 노동자도 존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역시 하청업체서 일하던 B씨는 사고 당일 와이어에 다리 부상을 입게 됐지만 개인 사정으로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부상자로 해당업체에 보고했지만 지난해 9월까지 치료 관련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으며 다리를 절면서도 자비로 치료비를 충당했다는 게 B씨 측 주장이다.


산추련 측은 “B씨는 이후 회사나 기관 등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며 “트라우마 상담과정 또한 심각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어, 산재신청 또한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현장에는 당시 1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있었으며 B씨처럼 사고를 당하고도 통계에서 누락되거나 은폐돼 치료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추련은 “사건에 대한 회사 및 노동부의 조사·보고는 이런 측면에서 그 신뢰도에 강한 의심이 든다”며 “더욱이 B씨처럼 재해를 입어 업체에 보고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은 사고에 대한 고의적인 누락과 은폐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쓴소리를 냈다.


한편, 현재 이들 피해자는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산재 신청을 했거나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 일부는 파산한 것으로 전해져 피해는 고스란히 사고를 당한 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산추련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 간 ‘위장도급’과 이에 따른 이른바 물량팀의 문제를 외면한 노동당국과 원청인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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